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 ‘샤르자’를 아십니까

김찬호 기자

UAE 도시국가서 온 180여명 사절단

아랍어로 이름 쓰기 등 이벤트 다채

오정희 홍보대사 논란 ‘정치 얼룩’도

지난 6월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A&B1 홀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 모습 / 김찬호 기자

지난 6월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A&B1 홀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 모습 / 김찬호 기자

[주간경향] 문화에 정치가 침투하면 그 순수성이 의심받는다. 1954년 전국도서전시회로 출발한 ‘서울국제도서전’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책 축제’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기준, 전 세계 41곳의 참가국과 약 20만명의 관람객이 찾으며 저력을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개최로 대체하는 등의 위기도 있었지만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이 선언되며 재도약을 준비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이 아닌 ‘정치’로 주목받게 됐다.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도 자연히 따라붙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두 가지 논란과 함께했다. 하나는 소설가 오정희 작가의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위촉 문제다. 오 작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그가 이번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되자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로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한 지난 6월 14일 한국작가회의를 비롯한 문화예술단체는 오 작가 위촉에 항의하기 위해 행사장 방문을 시도했다. 이때 두 번째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개막식에 김건희 여사가 참석하며 송경동 시인, 정보라 작가 등 출판 관계인들이 대통령경호실 등에 의해 입장을 제지당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도서 축제에 작가들이 출입하지 못한 일을 두고 각계각층의 비판이 쏟아졌다. 명사들의 강연이 일부 취소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보이콧’ 움직임까지 일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오 작가는 홍보대사직을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서울국제도서전이 폐막한 지난 6월 18일 문화연대,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블랙리스트이후(준), 한국작가회의 등 9개 문화예술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정희 작가는 어떠한 사과나 입장 없이 출협의 보도자료로 자진 사퇴했다”며 “사과 없는 자진 사퇴, 반성과 사과 없는 행사 취소, 이런 식으로 행사만 잘 끝내면 된다는 안이한 태도가 ‘오정희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한국 최고의 도서전은 개막부터 폐막까지 온통 논란 한가운데에 있었다. 이에 따라 정작 올해는 어떤 책들이 소개됐는지, 어떤 행사들이 마련됐는지, 관람객들이 무엇을 보고 느낄 수 있는지 등은 관심 밖으로 밀려버렸다. 향후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을 관람객들에게도 유의미한 정보를 남기기 어렵게 됐다. 이에 주간경향은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6월 17~18일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았다. 행사장은 정치적 논란 속에서도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무엇이 이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는지 궁금했다. 주최 측은 무엇을 말하려 했고, 관람객들은 어떤 의미를 찾으려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현장을 꼼꼼히 둘러봤다.

샤르자를 아십니까

서울국제도서전 하면 출판사들이 준비한 각종 행사와 다양한 책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 우선 떠오른다. 그런데 잘 보면, 이 축제의 이름에는 ‘국제’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실제로 특정 몇몇 해를 제외하면 거의 매해 주빈국으로 참가하는 나라들이 있었다. 2019년 헝가리, 2022년 콜롬비아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주빈국으로 선정된 곳은 한국인들에겐 이름조차 낯선 아랍에미리트(UAE) 내 토후국 ‘샤르자’였다.

(위부터) 서울국제도서전 샤르자관에 전시된 샤르자 통치자 셰이크 술탄 빈 모하메드 알 카시미의 자서전. 서울국제도서전 샤르자관에 전시된 두루마리 형태의 책. 서울국제도서전 샤르자관에서 열린 디지털아트 행사에서 조선아 작가(왼쪽)와 살라마 알 나이미이씨가 각국을 보여줄 수 있는 삽화를 그리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자이납 알 야시 작가의 강연회 모습 / 김찬호 기자

(위부터) 서울국제도서전 샤르자관에 전시된 샤르자 통치자 셰이크 술탄 빈 모하메드 알 카시미의 자서전. 서울국제도서전 샤르자관에 전시된 두루마리 형태의 책. 서울국제도서전 샤르자관에서 열린 디지털아트 행사에서 조선아 작가(왼쪽)와 살라마 알 나이미이씨가 각국을 보여줄 수 있는 삽화를 그리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자이납 알 야시 작가의 강연회 모습 / 김찬호 기자

샤르자는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고 있는 7개의 주요 토후국 중 하나다. 한국인들에게는 아랍에미리트보다 ‘아부다비’나 ‘두바이’라는 연합 내의 또 다른 토후국 이름이 더 알려져 있다. 이들에 이어 아랍에미리트 내에서 세 번째로 큰 토후국이 바로 샤르자다. 그렇다면 ‘대체 이 낯선 아랍의 토후국이 한국에서 열리는 도서전에 왜 참여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세계 책 문화를 주도한다는 샤르자 속으로 좀더 들어가 보자.

샤르자는 인구 180만명이 사는 거대 도시국가다.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100여 개의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인들이 머물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내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아부다비와 경제를 상징하는 두바이에 이어 샤르자는 문화에 특화돼 있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의 문화 수도라고 불린다. 단순한 자화자찬이 아니다. 유네스코가 1998년 ‘아랍의 문화 수도(Cultural Capital of the Arab World)’로, 2014년에는 ‘이슬람 문화 수도(Capital of Islamic Culture)’로, 2019년에는 ‘세계 책의 수도(World Book Capital)’로 각각 선정했다. ‘샤르자국제도서전’ 역시 2021~2022년 연속 세계 최대 도서전으로 꼽혔다. 샤르자 내에는 고대 및 현대 예술을 소개하는 박물관만 30개 이상이 있다. 매해 대규모 문화 및 문학 행사를 개최한다.

책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듯 샤르자는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 12개 문화 단체 관계자, 11명의 유명 작가 및 출판 관계자를 파견했다. 180여명에 달하는 이들은 ‘샤르자 문화 사절단’을 구성했다. 공을 들인 만큼 실제로 서울국제도서전에 입장하면 행사장 입구 바로 우측에 자리 잡은 ‘샤르자관’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위부터)지난 6월 17일 서울국제도서전 샤르자관에서 한국어 이름을 아랍어로 써주는 캘리그라피 행사가 열렸다. 샤르자관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 샤르자에 있는 동물원을 구경하는 관람객 모습 지난 6월 17일 열린 전통 인형 행사 모습. 샤르자에서 온 수공예 전문가들이 즉석에서 인형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고 있다. 샤르자 커피 시음 행사 모습 / 김찬호 기자

(위부터)지난 6월 17일 서울국제도서전 샤르자관에서 한국어 이름을 아랍어로 써주는 캘리그라피 행사가 열렸다. 샤르자관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 샤르자에 있는 동물원을 구경하는 관람객 모습 지난 6월 17일 열린 전통 인형 행사 모습. 샤르자에서 온 수공예 전문가들이 즉석에서 인형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고 있다. 샤르자 커피 시음 행사 모습 / 김찬호 기자

관람객들은 쉬지 않고 진행되는 다채로운 문화활동 때문에 자연스럽게 샤르자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특히 한국어 이름을 아랍어로 써주는 행사가 인기가 높았다. 샤르자에서 온 캘리그라피 전문가가 직접 아랍어로 이름을 써주기 시작하자 금세 긴 줄이 만들어졌다. 바로 옆으로 눈을 돌리면, 샤르자 향수를 직접 사용해보거나 커피를 마셔볼 수 있는 행사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샤르자에서 온 수공예 전문가들이 전통 인형을 만들어서 선물로 제공했다. 이 행사는 성인 관람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다.

서울국제도서전 곳곳에서 샤르자관을 방문했음을 금방 알 수 있는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손에 헤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문신과 유사한 헤나는 신체에 그림, 글 등을 그리는 행위이지만 금방 지울 수 있다. 샤르자관에서는 성인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헤나를 그려주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 역시 아랍문화를 엿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남자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남성 손에는 그릴 수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헤나를 손등에 그리려면 손을 잡아야 하는데, 여성 전문가가 남자의 손을 잡을 수 없다는 이유다.

지난 6월 17일 서울국제도서전 샤르자관에서 전문가들이 관람객에게 헤나를 그려주는 모습 / 김찬호 기자

지난 6월 17일 서울국제도서전 샤르자관에서 전문가들이 관람객에게 헤나를 그려주는 모습 / 김찬호 기자

아랍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가상현실(VR) 기기 등을 이용해 샤르자 내 동물원을 구경하거나 책 축제에 걸맞게 한국과 샤르자의 그림책 작가들이 참여한 디지털 아트 행사도 열렸다. 한국에서는 조선아 작가, 샤르자에서는 시각 예술 교육 전문가인 살라마 알 나이미이씨가 참여했다. 이들은 각국 문화를 잘 보여주는 삽화를 즉석에서 그려 박수갈채를 받았다. 샤르자의 역사, 문화를 소개하는 강연 등도 이어졌다. 각 공간마다 한국인 안내원들이 상주했고, 강연은 동시통역이 제공됐다. 샤르자는 서울국제도서전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듯했다. 샤르자 도서청 관계자는 “아시아와 아랍 간에 수 세기 동안 이어진 우정과 문화교류를 21세기에 되살린다는 의미에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지난 몇 달간 양국에서 진행한 문화교류 활동을 통해 아랍문화, 언어 및 도서의 아름다움을 선보이기 위한 홍보 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샤르자는 향후 한국과의 접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미 세종학당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구체적 계획을 묻는 질문에 샤르자 측 관계자는 “우선 샤르자에 세종학당을 신설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한국의 언어, 예술, 음악, 음식, 문화를 연중 내내 접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며 “이러한 문화활동의 일환으로 한국외대에 <아랍어 역사 말뭉치>(Historical Corpus of the Arabic Language) 전집 기증을 마쳤다. 한국의 학생, 학자 등이 1700여년에 걸친 아랍어 발전사를 확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샤르자 사절단의 단장을 맡은 셰이크 파힘 알 카쉬미 샤르자 정부 대외관계 집행위원장은 주간경향에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성공적이었고 인상적이었다”며 “특히 샤르자관 관람객 중 일부가 샤르자를 직접 방문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하기도 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따뜻한 환대를 느낄 수 있었고, 다시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전해왔다.

한국은 오는 11월 1일부터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엑스포센터에서 열리는 샤르자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초청됐다. 1982년 시작된 샤르자국제도서전은 지난 2021년 기준 83개국, 1600개 이상의 출판사가 참여했다. 규모면으로나 지적 재산권 거래 측면으로나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도서전이다. 샤르자에는 출판 자유 구역(Sharjah Publishing City)이 존재해 수천 개의 출판 관련 기업이 찾는다. 한국 서적들의 해외 판로를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주빈국 못지않은 국내 출판사

1년에 한 번 열리는 책 축제는 행사에 초청된 주빈국뿐만 아니라 국내 출판사들에도 홍보 및 판촉의 기회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관람객이자 동시에 대규모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출판사마다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열었다. 전통적 방식으로는 유명 작가들의 사인회가 열렸다. 실제로 지난 6월 17일에는 올해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장편소설 <고래>의 천명관 작가가 행사장을 찾아 관람객들을 만났다.

(위부터) 지난 6월 17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소설 <고래> 천명관 작가 사인회. 지난 6월 18일 서울국제도서전 다산북스관에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만화본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서울국제도서전 문학동네관에서 ‘당신의 책을 알려주세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서울국제도서전 은행나무관에서 각 계절에 어울리는 책을 추천하는 모습. 메뉴판 형식으로 추천책을 구성해 재미를 더했다.

(위부터) 지난 6월 17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소설 <고래> 천명관 작가 사인회. 지난 6월 18일 서울국제도서전 다산북스관에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만화본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서울국제도서전 문학동네관에서 ‘당신의 책을 알려주세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서울국제도서전 은행나무관에서 각 계절에 어울리는 책을 추천하는 모습. 메뉴판 형식으로 추천책을 구성해 재미를 더했다.

보다 새로운 방식의 행사들도 마련됐다. 특히 만화 <슬램덩크>를 앞세운 대원미디어관은 종일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슬램덩크> 주인공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꾸며놓아, 그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문학동네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당신의 책을 알려주세요’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동네 책을 종이에 써서 보관함에 넣으면 된다. 이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은 표지 등을 새롭게 바꾼 ‘리커버 판’으로 재출간할 계획이다.

(왼쪽부터)지난 6월 17일 서울국제도서전 대원미디어관 슬램덩크 포토존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관람객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공모전에서 수상한 <토끼전>/김찬호 기자

(왼쪽부터)지난 6월 17일 서울국제도서전 대원미디어관 슬램덩크 포토존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관람객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공모전에서 수상한 <토끼전>/김찬호 기자

다산북스는 이번 행사를 위해 여러 홍보수단을 별도로 준비했다. 행사장 내에서 더위를 식혀줄 기념 부채뿐만 아니라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일부분을 만화로 제작했다. 다산북스 측은 “<토지>가 워낙 방대한 소설이다 보니, 아예 시작조차 못 한 분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토지>가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접근성도 높이기 위해 읽기 쉬운 만화 형태로 별도 제작했다”고 말했다. 다산북스가 만화로 제작한 <토지> 속 내용은 주인공 서희와 길상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부분이다. 책과 별개로 다산북스는 즉석 사진관처럼 관람객들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 곧바로 출력해주는 이벤트도 함께 벌였다.

장르소설 특화 출판사인 ‘안전가옥’은 붉은색으로 공간을 꾸며 눈길을 끌었다. 젊은 독자층에서 장르소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출판사 은행나무는 각 계절에 맞는 책들을 별도로 선정해 마치 음식을 대접하듯 접시에 올려 소개했다. 각 책의 이름은 메뉴판 형식으로 종이에 적어 한 장씩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이 밖에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공모전에서 수상한 책들이 전시돼 서사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시각적 즐거움도 함께 선사했다.

지난 6월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A&B1 홀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 모습 / 김찬호 기자

지난 6월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A&B1 홀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 모습 / 김찬호 기자

주말 동안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발견한 모습은 현실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특히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처럼 방문한 관람객들에겐 논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일조차 겸연쩍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한 관람객에게 “서울국제도서전을 둘러싸고 잡음이 많았는데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냥 책이 좋아서 왔다. 이렇게 재미있는 행사가 많은데 VIP 누가 방문했다더라, 갈등이 있다더라는 등의 내용만 소개돼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돌아온 그의 답변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출판 관계자들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가 부담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수십만 명이 방문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은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넘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진정 서울국제도서전의 발전을 원한다면 축제가 불필요한 잡음과 엮이지 않도록 배려하는 ‘운용의 묘’가 절실하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모습을 비추려 하기보다는 적당히 알아서 빠질 줄 아는 ‘겸양’의 미덕 또한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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