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여름 극장가···누가 살고 누가 죽을까

오경민 기자

한국 영화 빅4 생존 격돌

관객 가장 많이 찾는 7말8초

작년 ‘1000억짜리 대결’ 부진

올해 ‘900억짜리 대결’

오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개봉하는 한국 영화 4편 이미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밀수>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공식작전>. NEW·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 제공. 사진 크게보기

오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개봉하는 한국 영화 4편 이미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밀수>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공식작전>. NEW·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 제공.

올여름, 한국 영화 기대작 네 편이 스크린에 잇달아 오른다. 26일 류승완 감독의 <밀수>를 시작으로 총 제작비 200억원이 넘는 한국 영화 대작들이 줄지어 개봉하며 극장 최고 성수기인 여름을 겨냥한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만든 김용화 감독의 <더 문>,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과 영화 <터널> 등을 만든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이 8월2일 함께 극장에 걸린다. 8월9일에는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공개된다. 지난해와 올해 1000만 관객을 모은 <범죄도시 2·3> 두 편을 제외하고는 한국 영화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한국 영화 네 편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을까.

‘7말8초’, 대표작 내놓는 최고 성수기…팬데믹 이후 ‘쏠림’ 두드러져

공포의 여름 극장가···누가 살고 누가 죽을까

‘7말8초’ 개봉한 역대 한국 천만 영화

7월 말에서 8월 초는 한 해 중 관객이 가장 많이 극장을 찾는 시기다. 각 제작·배급사들은 대표작을 내세우며 흥행을 노린다. 한국 ‘천만 영화’ 19편 중 절반에 가까운 9편이 일년 중 보름 정도에 해당하는 시기(7월20일~8월5일)에 개봉했다. 특히 2014년부터는 매년 ‘천만 영화’가 적어도 한 편씩 나왔다.

2015년에는 2주 간격으로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암살>(7월22일·1270만명)과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8월5일·1339만명)이 ‘쌍끌이’로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두 영화를 본 관객만 2600만명이 넘었다. 두 영화 사이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도 612만 관객이 들면서 극장은 호황을 누렸다. 2017년에는 <택시운전사>(8월2일)가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청년경찰>도 563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다. 2018년에는 천만 영화인 <신과 함께-인과 연>과 더불어 <공작> <목격자>가 극장을 달궜다. 2019년에는 <엑시트>(942만명), <봉오동전투>(477만명), <사자>(160만명) 순으로 흥행했다.

팬데믹 이후, 극장 관객이 줄어들자 블록버스터 영화의 여름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크리스마스로 대표되는 겨울방학 시즌, 설·추석 연휴가 흥행을 담보하지 못해서다. 수요 예측이 어려워지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작품들을 그나마 검증된 성수기인 여름에 풀어놓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국 영화 부진 속 ‘900억원 짜리 대결’

지난해 여름 개봉한 <외계+인 1부>는 330억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153만8504명의 관객을 모아 흥행에 참패했다. CJ ENM 제공. 사진 크게보기

지난해 여름 개봉한 <외계+인 1부>는 330억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153만8504명의 관객을 모아 흥행에 참패했다. CJ ENM 제공.

지난해와 올해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1000만 관객을 모으고 텐트폴 영화 4편이 ‘7말8초’에 격돌한다는 점에서 양상이 비슷하다. 지난해에는 <범죄도시2>가 일찍이 6월에 1000만 관객을 모으며 극장의 회복이 기대됐다. 이어 <외계+인 1부>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 텐트폴 영화 4편이 한 주 간격으로 개봉하며 맞붙었다. 각각 330억, 280억, 260억, 195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었다.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산: 용의 출현>이 726만명, <헌트>가 435만명의 관객을 모아 손익분기점을 넘었지만 <외계+인 1부>와 <비상선언>은 흥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여름 한국 영화들은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출혈 경쟁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들어 한국 영화의 성적이 더욱 부진해 업계는 고심에 빠졌다. 지난해 말과 올 초에 걸쳐 <아바타: 물의 길>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외국 영화는 성공했으나 <교섭> <유령> <리바운드> <드림> 등 한국 기대작들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관객들의 한국 영화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만큼 이번 여름 몇 편의 작품이 살아남을지는 안갯속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올해 각 배급사들은 이례적으로 늦게 여름 시장 개봉작과 개봉 일정을 확정지었다.

올여름 개봉을 확정한 영화들은 지난해 라인업 못지않은 공과 비용을 들인 대작들이다. 모두 총 제작비가 200억원을 넘는다. <밀수>는 순제작비 175억원, <더 문>은 280억원을 들였다. <비공식작전>의 순제작비는 200억원대로 알려져 있으며,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총 200억원대 제작비가 든 것으로 추정된다.

공포의 여름 극장가···누가 살고 누가 죽을까

2023 여름 한국 영화

지난해가 ‘1000억원짜리 대결’이었다면, 올해는 약 ‘900억원짜리 대결’이다. 지난해 대작 4편에 든 관객은 약 1500만명이다. 극장을 찾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지 않는다면 많아야 2편의 영화가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바비> <오펜하이머> 등 할리우드 기대작들도 앞뒤로 포진해 있다.

다만 제작·배급사들이 고심 끝에 ‘회심의 한방’을 내놓은 만큼 다채로운 한국 영화를 기대해 온 관객이라면 올 여름을 기대해 볼 만하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는 바닷가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밀수 사건에 휘말리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활극이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등이 출연했다. <더 문>은 2029년을 배경으로 하는 SF영화다. 한국 달탐사선 우리호를 탄 대원이 우주에 홀로 남겨진 뒤, 그를 무사 귀환시키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등이 등장한다.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과 현지 택시기사의 여정을 그린다. 하정우, 주지훈의 버디 무비다. 마지막으로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 유일하게 남아있는 아파트로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을 만날 수 있다.

이번 ‘7말8초’는 올해 한국 영화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여름 한국 영화의 부진은 배급사의 전략과 관객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 배급사들이 띄운 승부수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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