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카페·주민봉사단·혈액진단…늘어나는 치매 인구, ‘일상 속 돌봄’으로 사회적 비용 줄인다

김보미 기자
서울 영등포구 한 동네에서 주민 봉사단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을 대신해 치매 어르신의 외출을 돕고 있다. 영등포구 제공

서울 영등포구 한 동네에서 주민 봉사단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을 대신해 치매 어르신의 외출을 돕고 있다. 영등포구 제공

서울 영등포 신길1동에 사는 오모씨(74)는 수년째 치매와 싸우고 있다. 혼자서는 거동이 어려워 가족이 없는 낮에는 주로 집안에서만 지낸다. 지난 5월부터 영등포구에서 이웃에 사는 봉사자를 연결해주기 전까지는 집 밖 풍경 보기가 쉽지 않았다. 오씨는 “매주 봉사자 방문 날에는 휠체어 산책을 하거나 장을 보러 나가는 일상이 생겨 한결 났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늘면서 이들을 관리·치료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지역사회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상 속 돌봄으로 가족들의 부담을 줄이고 발병 우려를 조기 진단해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노원구는 지역의 동네 카페와 함께 전국 처음으로 ‘치매카페’를 조성해 오는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치매카페는 65세 미만 치매 진단(초로기 치매)을 받는 주민들이 컵 정리나 주문받기, 매장 관리 등을 맡는 가게다. 생산활동을 해야 할 시기에 사회로 나오지 못하는 환자들이 일할 공간을 사는 지역 내에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이들의 인건비는 지역 마트에서 1시간당 1만원 어치 상품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노원구 관계자는 “일본 도쿄에 치매 환자와 가족을 환대해 이웃들이 이들을 친근하게 받아들일 기회를 만드는 카페 사례를 참고해 한국형으로 적용했다”며 “환자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치매 진행을 늦추는 효과도 기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치매환자가 가장 많은 노원 지역에는 초로기 치매가 11%를 차지한다. 이에 주민들이 치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는 ‘기억친구’라는 관련 교육도 진행 중이다. 교육을 듣고 월 3시간 봉사활동을 하면 ‘치매카페’ 이용권도 제공한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초로기 치매환자가 가장 많은 지역인 데다 숫자도 매년 증가해 이들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 지역별 추정치매환자 수 및 유병률. 중앙치매센터

전국 지역별 추정치매환자 수 및 유병률. 중앙치매센터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추정치매환자 수는 2021년 기준 88만6173명으로, 2017년 이후 매년 약 5만명씩 증가했다. 올해에는 전국에서 100만명을 넘어 2030년 142만명, 2040년 226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국가적 치매 관리비용은 2021년 약 18조7000억원에서 2030년 36조9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도 다음으로 전국에서 추정치매환자 수가 많은 서울은 자치구별로 치매 환자 돌봄과 조기 진단에 방점을 두고 있다. 관리 부담을 줄여 사회적 비용을 낮추려는 것이다. 만 60세 이상에서 7.3% 수준인 추정치매유병률도 만 65세 이상은 10.4%로 급증하는 등 고령화에 따라 발병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해 치매 환자 가운데 집중관리군을 전담하는 사례관리팀을 만들었다.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4명이 한 팀을 이뤄 매달 환자 가정을 방문해 증상·영양 상태나 주거환경을 파악한다.

강남구 치매안심센터 사례관리팀이 치매 환자 가정에 방문해 신경과 전문의를 비대면으로 연결해 환자 상담을 받고 있다. 강남구 제공

강남구 치매안심센터 사례관리팀이 치매 환자 가정에 방문해 신경과 전문의를 비대면으로 연결해 환자 상담을 받고 있다. 강남구 제공

이 과정에서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가기 힘든 환자는 치매 행동심리증상(BPSD)이나 약물 부작용 등에 대한 전문 상담 필요성이 확인돼 지난달부터 비대면 의료 상담도 시작했다. 전담팀이 방문했을 때 신경과 전문의를 화상으로 연결해 간병인에게 약물 관리나 정신행동증상·만성질환 관리법을 설명해준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 부담을 지역 사회가 나누는 장치도 구상되고 있다.

영등포구는 24시간 치매 환자를 지켜봐야 하는 보호자가 부재중일 때 대신해 돌봐줄 치매어르신봉사단을 꾸려둔 상태다. 대가가 없는 봉사활동이지만 지난달 기준 696명의 주민이 지원했다고 한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휴식이나 외출 등으로 시간이 필요할 때 봉사자가 집으로 찾아가 환자의 말벗이 돼 주거나 식사와 병원 동행 등을 도와준다.

강동구는 경조사나 병원 외래·입원 등으로 가족이 치매 환자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찾아가 최소 6시간에서 최대 64시간까지 재가돌봄을 받을 수 있록 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이 주로 서울 외곽에 있는 점을 감안해 서초구는 신원동 일대에 치매 관리 거점 역할을 할 복합복지타운을 준비 중이다. 355명 규모의 요양시설과 함께 보건지소를 설치하고 치매 특화 프로그램도 운영할 기획이다. 송파구는 이달부터 서울에서 처음으로 만 6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도를 혈액으로 검사하는 무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10~15년 후 발병 가능한 치매를 미리 발견하는 조기 진단 방식으로 예방·관리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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