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있었어요?”···휴게실 의무화, 공단 노동자들 여전히 못 누려

조해람 기자
경기 안산·시흥에 걸쳐 있는 국가산단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이 공장 바깥에서 쉬고 있다.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제공

경기 안산·시흥에 걸쳐 있는 국가산단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이 공장 바깥에서 쉬고 있다.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제공

몰랐어요. 법으로 휴게실 설치가 의무화됐다는 걸요. 사장님이 얘기해 주는 것도 아니고….

- -A씨(33), 경기 시흥 전자부품 제조업체 직원

지난해 8월부터 모든 사업장에 휴게실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 상당수는 여전히 휴게실 없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이 참여한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휴게권 보장을 위한 사업단’과 시화노동정책연구소는 31일 오전 경기 안산시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안산·시흥지역 노동자 휴게 실태조사 결과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안산·시흥스마트허브 산단 내 지식산업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279명과 사용자 73명, 안산·시흥지역 소규모 제조업 사업장 노동자 4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식산업센터 노동자 중 ‘별도의 휴게실이 없다’는 응답은 48.8%에 달했다. 휴게실이 없다는 응답을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인 미만’이 63.4%, ‘5인 이상~10인 미만’이 46.5%, ‘10인 이상~20인 미만’이 38.7% 등으로 사업장이 작을수록 높은 편이었다. 휴게실이 없으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20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20인 이상~30인 미만’ 사업장은 25.7%. ‘30인 이상’ 사업장은 45.8%가 휴게실이 없었다.

지식산업센터 노동자 57.9%는 ‘휴게실 설치 의무화’를 모르고 있었다. 여성, 30대, 기계금속 업종에서 인지도가 낮았다. 사용자도 60.3%가 제도를 알지 못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사용자의 제도 인지 비율이 낮았다.

지식산업센터 밖 소규모 제조업 사업장 노동자는 40.3%가 ‘휴게실이 없다’고 답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인 미만’이 52.6%, ‘5인 이상~10인 미만’이 40.3%, ‘10인 이상~20인 미만’이 39.0%로 역시 규모가 작을수록 미설치 비율이 높았다. 과태료 부과 대상인 ‘20인 이상~30인 미만’도 33.3%, ‘30인 이상’도 28.3%가 휴게실이 없었다. 노동자 53.5%는 ‘휴게실 설치 의무화를 모른다’고 답했다.

사업단은 질적 조사 결과 그나마 있는 휴게실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 봤다. 전자부품 제조업체 직원 A씨는 “휴게실이 있지만 탈의실하고 같이 쓰고, 너무 작아서 3~4명만 들어가면 꽉 차고 앉을 데도 없다”고 했다. 30명 규모 자동차 부품 물류업체 직원 C씨(42)는 “그냥 컨테이너 갖다 놓고서 휴게실이라고 써 붙여 놨는데, 담배 피우는 사람만 쓴다”고 했다.

개별 휴게실을 마련하기 어려운 영세 사업장들이 ‘공동휴게실’을 설치하는 방안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지식산업센터 노동자 38.9%는 ‘공동휴게실이 설치돼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38.5%는 ‘이용할 것’ 이라고 했다. 지식산업센터 밖 소규모 제조업 사업장 노동자 38.6%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38.9%는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공동휴게실 사용을 꺼리는 데에는 ‘다른 사업장 직원과 함께 이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가 컸다.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휴게권 보장을 위한 사업단’과 시화노동정책연구소가 31일 오전 경기 안산시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안산·시흥지역 노동자 휴게 실태조사 결과분석보고서’  발표회를 열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제공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휴게권 보장을 위한 사업단’과 시화노동정책연구소가 31일 오전 경기 안산시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안산·시흥지역 노동자 휴게 실태조사 결과분석보고서’ 발표회를 열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제공

사업단은 “공동휴게실을 이용하겠다는 노동자 수요가 확인됐지만, 거부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향후 과제”라며 “공동휴게실 설치에 소극적인 사용자도 향후 운영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채찍과 당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업단은 이어 “공동휴게실이 설치되고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거부감은 누그러질 수 있다”며 “‘휴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넘어서 휴게실 운영에 일종의 목적의식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희태 금속노조 전략조직국장은 “산단 노동자와 사업주 모두 휴게시설 설치 의무를 너무 모르고 있어, 제대로 된 휴식과 시설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과 강조도 필요하다”며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공용휴게실 설치를 신청하면 고용노동부나 지청에서 신청지역 실사 조사 등을 진행하는 한편, 노동부가 인근 지역 사용자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적극적 행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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