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에 없던 ‘청년인턴’ 192억여원 투입
이형석 의원 “예산 전용은 국가재정법 위반”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 부처 청년인턴 사업이 국가재정법을 위반해 집행됐다는 지적이 8일 나왔다. 2023년도 본예산이 확정된 뒤에 사업을 실시해 편성된 예산이 없던 각 부처가 다른 사업 예산을 전용한 것이 드러났다. 정부는 올해도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한 이후에 채용 규모를 늘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이날 국무조정실 등으로부터 제출받아 취합한 자료를 보면, 45개 정부 부처가 올해 9월 기준 청년인턴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총 192억6893만2000원이다. 채용 규모 2061명 중 1714명을 채용(퇴사 158명)했다. 청년인턴 사업은 정부 각 부·처·청·위원회 등 중앙행정기관이 만19~34세 청년을 인턴으로 6개월간 고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192억여원에 달하는 예산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의결한 2023년도 본예산에 청년인턴 사업 명목으로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회가 2023년도 본예산을 의결한 뒤인 지난 1월17일 ‘청년인턴 활성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1일 국무회의에서 “청년의 일 경험 기회 확대를 위해 중앙부처 등 공공부문 청년 인턴을 활성화하라”고 지시한 이후다.
2023년도 본예산이 확정된 이후에 정부가 청년인턴 사업을 추진하면서 각 부처는 다른 사업 예산을 전용해 인건비 등 예산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의원실이 받은 경찰청 예산집행심의회 자료를 보면 “청년인턴 활성화 계획에 따라 당초 편성된 예산이 없음에도 기관별 자체 예산을 활용하여 제도 운영하도록 통보됨”이라고 적시됐다. 경찰청은 청년인턴 141명의 6개월분 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범죄예방 및 생활질서 유지’ ‘수사 지원’ ‘사이버 수사역량 강화’ 등 14개 사업 예산을 전용했다. 경찰청 포함 45개 부처가 다른 사업 예산을 전용하고 조정해 마련한 예산이 192억여원에 달한다.
이는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재정법은 ‘당초 예산에 계상(계산해 올림)되지 아니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와 ‘국회가 의결한 취지와 다르게 사업 예산을 집행하는 경우’ 예산을 전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에 배포한 2023년도 예산집행지침에도 예산을 전용할 때 해당 규정을 유의하라고 적혀 있다.
정부는 올해 국회에 2024년도 예산안을 제출한 이후에도 갑자기 채용 규모를 늘렸다. 2024년도 예산안에는 청년인턴 사업 예산으로 총 369억2978만4000원(3024명 채용 계획)이 편성돼 있다. 지난 9월14일 윤 대통령이 부산에서 열린 ‘2023 청년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청년인턴을 50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뒤 상황이 달라졌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13일 청년인턴 채용 규모를 5205명으로 늘리는 계획을 발표하고 부처별로 인원을 할당했다. 당초 국회에 제출한 사업 규모에 비해 2181명이 증원된 것이다. 현재까지 기재부는 증원에 따른 예산 증액 요구를 담은 수정안을 별도로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증액 없이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된다면 내년에 또 예산 전용을 할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형석 의원은 “예산도 없고 계획도 없던 사업이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시작되어 각 부처는 할당받은 인원의 인건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각종 예산을 전용했다”며 “이는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이고 국회의 예산 심의 확정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