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만 공공 알바 하나요”…청년인턴 문턱 없앤 성동구

김보미 기자

구청 등 근무 행정체험단

‘대학생’ 조건 전국 첫 삭제

지난 1월30일 서울 성동구청에 지역 청년 80명이 모였다. 구청·동주민센터 등 자치구 시설에서 한 달간 행정체험단으로 각종 업무를 처리하며 구상한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공유하는 워크숍 자리였다.

시립성동청소년센터에서 일한 류승연씨(26)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센터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고등학교 자퇴율이 높아진 데다 대학 진학률도 낮아진 최근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그는 “학생이 아닌데 도움 받을 수 있는지 묻는 이들이 상당히 많아서 놀랐다”며 “센터에는 청소년지도사들이 많아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 준비 중인 류씨 역시 올해 행정체험단 지원 조건에 ‘대학생’ 기준이 사라지면서 센터 근무 기회를 얻었다.

전국 지자체가 ‘청년인턴’ ‘행정체험단’ 등의 명칭으로 수십년 전부터 방학 기간 진행해온 대학생 아르바이트는 시급과 처우가 좋아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주 5일, 하루 5시간 근무하면서 각 지역 생활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구청 각 부서뿐 아니라 보건소와 동주민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에서 행정·복지 업무 등을 돕고, 생활형 정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에 나가기 전 공공부문 일자리를 경험할 좋은 기회지만 사실상 지원할 수 있는 청년 주민은 많지 않다. 고등교육법상 대학교에 재학 중(휴학생 포함)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붙는 탓에 고졸자·취준생 등이 배제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진로가 다양해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인턴제를 통해 실제 청년 주민이 필요한 정책 제안을 받으려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성동구는 서울에서 처음으로 해당 요건을 없애 올해 1월 상반기 체험단 80명을 뽑았다. 이 중 9명이 대학생이 아닌 청년으로 참여했다. 청년·청소년을 ‘학생’으로 단정하는 고정관념을 없앤 셈이다.

비대학생으로 행정체험단에 참가한 김주경씨(28)는 “경제적·개인적 사정으로 학교를 중퇴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학에 속하지 않은 청년은 인턴 기회가 없다”며 “이번 활동으로 공공부문에 흥미가 생겨 진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역 곳곳에서 활동한 ‘청년 인턴’들은 유동인구가 급증한 성수동 연무장길의 보행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경동초등학교~대림창고 630m 구간에 대한 요일제 ‘차 없는 거리’를 제안하고, 전통시장의 QR코드 지도 제작 등을 제시했다. 성동구는 청년들이 내놓은 총 25건의 아이디어에 대해 검토를 거쳐 가능한 부분을 반영할 예정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작은 차이가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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