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하마스 연루’ 의혹 UNRWA 조사 기구 출범…바닥난 구호자금에 자구책 마련

손우성 기자

유럽 3개 인권기관 조사 실무 맡아

UNRWA가 유엔에 자진 조사 요구

NYT “UNRWA, 2월 말까지 862억 손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본부 앞에서 미국 등 주요 기부국들의 UNRWA 지원 중단을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본부 앞에서 미국 등 주요 기부국들의 UNRWA 지원 중단을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엔이 5일(현지시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일부 직원의 하마스 연루 의혹을 조사할 독립 기구를 출범시켰다. 미국 등 주요 기부국들의 UNRWA 지원 중단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유엔이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UNRWA가 권한 범위 내에서 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는지를 평가할 독립 조사 기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카트린 콜로나 전 프랑스 외교장관이 기구를 이끌고 스웨덴 라울발렌베리 인권연구소, 노르웨이 크리스티안 미셸센연구소, 덴마크 인권연구소 등 3개 기관이 실무를 맡기로 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UNRWA 직원 최소 13명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근거를 담은 보고서를 미국 등과 공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3명 가운데 10명은 하마스 대원이고, 2명은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 소속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1명은 정확한 신원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들이 이스라엘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가자지구로 옮기는 등의 임무를 맡았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UNRWA를 무력화하기 위해 뜬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발했지만,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영국·프랑스·일본·호주·핀란드·스위스 등이 UNRWA 지원 중단 또는 보류를 선언했다. 이에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외부 독립 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겠다고 자진했다. 이번 조사는 유엔 내부감찰실이 진행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이뤄질 계획이다.

외신들은 UNRWA가 주요 기부국의 지원이 끊긴 이후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렸고, 이에 이스라엘이 제기한 의혹을 빠르게 털어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UNRWA 내부 회계 문서를 인용해 “기부금 삭감으로 UNRWA는 2월 말까지 6500만달러(약 862억원)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이어 중동 전역에서 활동하는 직원 3만명의 3월 급여를 지급할 자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유엔 조사 결정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스라엘 카츠 외교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엔이 독립 조사 기구를 구성하기로 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UNRWA의 테러 단체 연루 의혹을 증명할 모든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스라엘이 UNRWA에 대해 당장은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견해를 물밑에서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스라엘 정부 관계를 인용해 “이스라엘은 전쟁 종료 이후 UNRWA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거나 해산한다는 전제로 일단은 구호 활동을 용인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주장하는 즉각 폐쇄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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