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뉴스 회피 현상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지나 생성형 AI가 신문과 저널리즘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경쟁상대는 이미 유튜브와 OTT가 된 지 오래입니다. <어쩔경향>은 전 세계적인 디지털 미디어의 트렌드와 변화 양상을 살피고 분석하는 경향신문 내부 보고서이지만 독자와 함께 하기 위해 칸업(KHANUP) 콘텐츠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으시면 로그인해주세요!

[어쩔경향 48호]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명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명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

‘민주주의는 어둠속에서 죽는다’는 말은 워싱턴 포스트의 유명한 ‘사명’(mission) 입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유명한 WP의 밥 우드워드가 2007년 정부의 비밀주의에 대해 쓰면서 유명해졌고, WP는 2017년 이 문구를 회사의 공식 사명으로 채택했습니다. 웹사이트와 지면에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해외 미디어 관련 매체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미디어의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오래된 비즈니스 모델은 좀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콘텐츠 생산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면서 ‘정제된 뉴스’와 ‘뉴스인 척 하는 것’ 사이의 구별이 어려워집니다.

로그인 한 번으로 기사를 계속 읽어보세요.

KHAN UP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습니다.

  • 🧐 오뉴완, 뉴스 완독!
  • 🙋 회원 전용 콘텐츠
  • ✍🏻 오늘만 푸는 퀴즈
  • 🌊 뉴스플리 챌린지
  • 💡 내공 쌓고 레벨업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경향신문 KHAN UP 콘텐츠입니다. 기사를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을 해주세요.

게다가 날로 발전하는 기술은 그 구별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뉴스 생산자와 독자 사이에 끼어들어 뉴스 생산자를 괴롭힙니다.

ARC 브라우저

ARC 브라우저

최근 웹브라우저를 만드는 스타트업 ARC가 아이폰용 브라우저 앱을 출시했습니다. ARC 브라우저의 특수 기능 ‘Browse for Me’ 기능은 처음 몇 페이지를 읽어들인 뒤 AI를 활용해 단일 맞춤형 ARC 형식의 웹페이지로 요약해서 보여줍니다. ARC는 기본적으로 광고, 쿠키 등을 차단하고요.

이를테면 ‘보스턴 톱 뉴스’를 입력하고 Browse for Me를 누르면 보스턴 지역 뉴스 사이트를 스캔한 뒤 상황 및 날씨 등의 소식이 담긴 목록을 표시해 줍니다. 링크를 누를 수는 있지만 광고는 차단됩니다.

기능적으로는 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앱을 사용할 경우 실제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사라집니다.

ARC의 새 기능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AI제품이 콘텐츠를 복사하고 용도를 변경할 때 창작자는 누구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하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하지만 ARC의 인기는 높아질지도 모릅니다. 회사는 앱 뿐만 아니라 PC용 브라우저에 적용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뉴스를 만드는 일은 꽤 비용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그 비싸게 만든 뉴스가 점점 더 보이지 않게 되고, 중간에 누군가(AI)가 이를 가로채서 더 보기좋게 만들어 제공하는 일이 가능해진다면, 뉴스는 점점 덜 생산되고, WP의 사명처럼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신문사들이 국회 출입 기자를 없애고 있습니다.

LA 타임스는 최근 115명을 해고했고, 비용 감소를 위해 워싱턴DC 지국의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워싱턴DC 지국 축소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콜럼비아저널리뷰(CJR)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 기반한 언론사 중 워싱턴DC에서 직접 취재하는 기자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1명, 매클래치 2명, LA 타임스 5명 등 다 합해서 8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비용 절감과 함께 핵심 역량 집중이 주된 이유지만 정치의 핵심 영역에서 기자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는 말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CJR은 ‘캘리포니아는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의 주에서 워싱턴을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가 한 명도 없다’고 전합니다. 각 지역은 국회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줄어듭니다.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지역구 관련 소식을 전할 기회가 줄어들고,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점점 더 ‘당파적 목소리’를 내야하는 인센티브로 기능합니다. 국회의원이 관심을 끌고 정치자금을 모으려면 폭스 뉴스나 MSNBC에 전국적인 이슈, 당파적 이슈를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 더욱 강해집니다.

‘중립’을 강조하던 ‘메신저’의 파산

이 흐름 속에서 최근 미국 온라인 매체 ‘메신저’의 파산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메신저’는 지난해 5000만달러의 투자 유치를 받으며 야심차게 사업을 확장한 일종의 미디어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과거 어쩔경향에서도 소개해드린 ‘그리드’라는 매체를 인수하는 등 광폭행보를 이어갔습니다만, 최근 그 돈을 다 탕진하고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메신저 홈페이지는 커다란 회사명만 덩그라니 남아 있습니다.

덩그라니 회사명만 남은 메신저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 | 홈페이지 캡처

덩그라니 회사명만 남은 메신저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 | 홈페이지 캡처

75세의 베테랑 미디어 투자자 지미 핑켈스타인의 야심찬 기획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핑켈스타인은 ‘과거 가족이 일요일밤 TV 주위에 모여 ‘추적 60분’을 함께 보던 단일 문화 시대를 되돌리도록 하겠다’는 기획을 세웠습니다. 정치적 극단으로 갈리지 않고, 모두가 제대로 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편향되고 잘못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균형잡힌 저널리즘을 추구하겠다는 목표였습니다.

5000만달러를 모았고 기자를 550명이나 고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월간 고유방문자 수 1억명을 목표로 했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 PV를 통한 광고 유치 전략은 550명 규모의 뉴스룸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 결국 트래픽 추적 전략은 다른 스토리를 가져와 종합하는데 집중하도록 했습니다. 복붙의 함정에 빠진 것이죠
  • 정치, 스포츠, 셀럽, 기술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려고 했지만 이런 ‘종합미디어’는 20세기의 방식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 편향되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저널리즘의 시장 수요는 크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결국 메신저는 부유한 공화당 지지층의 투자를 상당 부분 유치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 핑켈스타인 스스로의 중립성도 의심 받았습니다. 핑켈스타인은 루디 줄리아니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고 줄리아니는 트럼프의 오랜 친구입니다.

결국 메신저는 2023년 300만달러를 벌고, 38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핑켈스타인은 메신저의 실패에 대해 ‘경제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 ‘모든 뉴스 사이트가 겪는 문제’라는 핑계를 댔지만 니먼랩은 “이미 1년 전에 모두 예측 가능했던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가디언의 마가렛 설리번은 “가장 큰 피해는 화려한 메신저의 치장에 속아 그곳에서 청춘의 1년을 바친 기자들”이라고 적었습니다. 메신저에서 일했던 엘리 월시는 트위터에 ‘8개월 동안 기사를 630개나 썼고, 대부분 다른 매체의 기사를 복붙한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이 바람에 다음 회사 취직을 위해 만들 포트 폴리오가 없다’고 덧붙였고요.

저널리즘의 사명과 이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비즈니스 사이의 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어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빛을 찾는 노력은 계속돼야겠지요.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얻은 교훈

최근 미디어 관련 뉴스레터 중 가장 흥미있던 글은 이탈리아의 발레리오 바산이 쓰는 ‘엘리시’에 있었습니다. 레터 제목은 ‘바퀴를 다시 발명할 필요는 없습니다’였고요.

미슐랭 가이드 도쿄판 | 게티이미지 코리아

미슐랭 가이드 도쿄판 | 게티이미지 코리아

  • 프랑스의 형제 에두아르와 앙드레는 1889년 타이어 회사 미슐랭을 설립했습니다.
  • 1890년, 형제는 관광 가이드 잡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지도, 숙박정보, 주유소 목록, 펑크난 타이어 교체 방법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타이어를 사면 공짜로 나눠줬습니다.
  • ‘미슐랭 가이드’의 목표는 ‘정보’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 잡지를 보고 더 멀리 여행을 가도록 유도해서 타이어가 더 빨리 닳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 그런데,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1920년 책에는 ‘최고 레스토랑 목록’이 추가됐고, 무가지에서 유료로 전환됐습니다.
  • 사람들이 최고 레스토랑 목록을 좋아해서 회사는 ‘잠복 음식 평론가’를 고용했습니다.
  • 1926년 ‘별점’이 탄생했습니다. 이제 미슐랭 가이드는 전 세계 24개국 4만개의 레스토랑을 커버합니다.

바산은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얻은 교훈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 온라인에는 여전히 타이어를 더 빨리 마모시키는 역할을 하는 콘텐츠가 많다
  • 정말 최고의 콘텐츠는 배부르게 하고, 만족스럽게 느끼고, 뒷맛이 좋은 것들이다.
  • ‘만족감’을 주고, ‘추천’할 수 있어야 콘텐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
  • 독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면밀하게 살피고,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


👉🏻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

뉴욕 타임스 기자 페이지 개편

뉴욕 타임즈 기사 페이지 모음 | 뉴욕 타임즈 회사 홈페이지 캡처

뉴욕 타임즈 기사 페이지 모음 | 뉴욕 타임즈 회사 홈페이지 캡처

뉴욕 타임스가 지난 1월30일 기자 페이지를 개편했습니다. 뉴스룸은 물론 오피니언 부서의 기자, 사진기자, 편집기자, 오디오 및 비디오 기자, 데이터 기자들도 새로운 기자 소개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업그레이드 된 새 기자 페이지에는 기자 자신에 대한 소개 뿐만 아니라 그동안 어떤 부문에서 어떤 취재를 해 왔는지, 스스로 규정하는 사명과 저널리즘 윤리는 무엇인지 등을 적었습니다. 메일 주소 뿐만 아니라 SNS 계정 등 기자에게 연락할 수 있는 링크들도 포함돼 있고요. 기자가 어떻게 일하는지 세상에 설명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독자가 기자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저널리즘 프로세스의 엄격함을 이해하고 그 결과를 신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인터넷을 가득 채울 것이라는 전망이 더 강해지는 가운데 저희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우리가 만드는 작업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강조하고자 합니다’

새 기자 페이지 샘플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nytimes.com/by/apoorva-mandavilli

구독시스템이 성장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많은 미디어 산업에서 구독 취소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구독 경제’는 한때 미디어 산업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성장의 한계점에 도달하는 듯 보입니다. 마치 스트리밍 서비스가 승자인 넷플릭스 한 쪽으로 쏠리는 것처럼 말이죠.

‘구독’은 정기적인 수입을 가져올 수 있지만 반대로 광고 수익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구독자를 위한 페이월 콘텐츠는 일반 독자의 접근을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종의 임계점을 넘지 못한다면,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매체들이 ‘구독’에서 후퇴하고 있습니다. 테크크런치도 구독 서비스를 종료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다 동적인 구독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타임과 쿼츠도 페이월과 유료화를 철회했습니다.

미디어 산업의 구독 경제 역시 넷플릭스처럼 ‘승자 독식 구조’로 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여전히 승승장구 중입니다. 2023년말 기준 뉴욕 타임스의 유료 구독자는 디지털부문 970만명을 포함해 1036만명입니다. 디지털 구독 수입은 총 10억9000만달러로 발표됐습니다.

대신 광고 수입은 8.4% 감소한 1억6410만달러였습니다. 디지털 부문이 3.7% 감소했고, 인쇄 부문은 16.2% 감소했습니다.

PV 말고 다른 건 어떤 게 있을까

영국의 미디어 매체 ‘저널리즘’은 유럽의 미디어 전문가 8명에게 ‘기사의 성공 여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물었습니다. 광고 매출과 직접 연결되는 PV는 물론 중요한 지표지만, PV는 어쩌면 평판과 반비례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이에 대한 몇 가지 대답입니다.

  • PV는 여전히 중요한 지표지만 최근 단일 기사의 구독 전환 비율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 구독 전환 비율은 매출로 의미있지만 유지율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 기사를 방문하는 고유 브라우저수나 구독자 방문 대비 비구독자 방문 비율도 중요하게 본다.
  • 정량적 평가 못지 않게 정성적 평가도 중요하다.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장치를 사용한다.
  • 뉴스레터 구독, 페이지에 머문 시간 등 참여 지수를 중요하게 여긴다.
  • PV 대비 독자가 절반 이상 읽은 PV 비율
  • PV, 참여, 전환 등 3가지 주요 요소의 결합 지표
  • 독자가 얼마나 자주 방문하는지, 방문 사이 경과한 시간, 특정 주, 월에 얼마나 방문했는지 등 충성도 지표


<어쩔경향>에 궁금한 점이 있거나, 알려주실 이야기가 있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경향신문의 KHANUP 콘텐츠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와 함께 성장합니다.

https://forms.gle/yV6rLqoJER8KkbfZ6


이런 기사 어떠세요?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