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뼈를 이롭게 하는 나무 ‘고로쇠’

엄민용 기자

5일이 경칩(驚蟄)이다.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면서 뭇 생명들이 한 해의 기지개를 켜고, 농부는 농사를 서두르는 때다. <성종실록>에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한다”고 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왕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이 지난 해일(亥日)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행하도록 정하기도 했다.

경칩을 “대동강물이 풀리고 개구리가 입을 떼는 날이다’라고 한 옛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무렵을 대표하는 생명이 개구리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는 이즈음 계곡물이나 실개천 등에 알을 낳기 시작한다. 옛날에는 이 알을 사람들이 먹었다. <한국세시풍속사전>에도 ‘개구리알 먹기’가 경칩의 풍속으로 올라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도롱뇽알을 먹기도 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이만한 영양보충거리도 없었을 듯하다.

개구리알 먹기는 이제 사라진 풍속이다. 이와 달리 ‘고로쇠물 마시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지역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고로쇠는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인 ‘골리수(骨利水)’가 변한 말로 본다. 삼국시대 때 신라와 백제가 지리산에서 전투를 벌이던 중 목이 마른 병사들이 화살이 꽂힌 나무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고 원기를 회복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고로쇠나무는 ‘고로실나무’ ‘오각풍’ ‘수색수’ ‘색목’ 등으로도 불리지만, 고로쇠나무 외엔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고로쇠물은 당뇨병·위장병·신경통·신장병을 다스리고, 산후에 몸이 안 좋은 때나 술독을 푸는 데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고로쇠나무의 잎은 설사를 멈추게 하고, 나무 껍질은 골절상과 타박상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써 왔다. 얼핏 보면 만병통치의 약재다.

하지만 이는 고로쇠나무에 여러 질환을 완화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의미일 뿐 그 자체가 치료제는 될 수 없다. 민간에 떠도는 질병 치료법인 민간요법을 전해 오는 말 그대로 믿고 따르다가는 되레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묻고 처방을 받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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