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사회 될 때까지…기억하고 또 기억해야죠”

김송이 기자

전국 돌며 세월호 10주기 시민행진

이태원·오송 참사 유가족 등 동참

“응원해 준 시민들 보며 동력 얻어”

<b>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위한 묵념</b>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진행한 전국시민행진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세월호 기억공간이 마련된 서울시의회에 도착한 세월호 유가족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시민들이 기억과 약속의 달 선포 문화제에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시민행진단은 지난달 25일 제주도를 출발해 전남 진도군 팽목항·부산·대구·안산 등을 거쳐 전국 일주를 마무리했다. 한수빈 기자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위한 묵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진행한 전국시민행진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세월호 기억공간이 마련된 서울시의회에 도착한 세월호 유가족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시민들이 기억과 약속의 달 선포 문화제에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시민행진단은 지난달 25일 제주도를 출발해 전남 진도군 팽목항·부산·대구·안산 등을 거쳐 전국 일주를 마무리했다. 한수빈 기자

“왜 구조 안 했는지
10년 지난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

“10년간 꾸준히 곁에 있어준 시민들에게 너무 고마워요. 그 고마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 선 단원고 2학년 7반 고 정동수군 아버지 정성욱씨는 “고맙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단’을 기획한 그는 제주부터 서울까지 이어진 21일간 일정 중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걸었다.

정씨는 “10년 전 걸었을 때보다 이번에 노란 리본을 달고 걸을 때 시민들이 안전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한다고 느꼈다”며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를 겪은 사람들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는 모습들을 보니 지난 10년간 바뀐 것이 없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3주간 위로, 응원 그리고 계속해서 안전의 중요성을 외칠 동력을 얻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진실·책임·생명·안전을 위한 전국시민행진 “안녕하십니까”’ 행진에 함께하며 세월호 10주기를 기억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한 다른 참사 유가족 및 시민들은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는 다음 10년을 만들기 위해 계속 함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학년 6반 고 이태민군 어머니 문연옥씨는 지난 3주간 고된 행진 속에서 오히려 힘을 얻었다고 했다. 문씨는 “10년이 흐르면서 시민들에게 세월호가 많이 잊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국을 다녀보니 중간중간 시민들이 합류해주고 응원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젊은 세대가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계속 걸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면서 “지난 3주간 시민들이 우리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사내하청 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지난 15일 단원고 2학년 4반 고 임경빈군 어머니 전인숙씨의 뒤에서 함께 걸었다. 전씨의 두 손을 잡은 김씨는 “생명과 안전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마음 하나로 함께 걷는다”며 “적어도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안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 봄이면 찾아오는 아픔을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2022년 이태원에서 돌아오지 못한 딸이 단원고 학생들과 동갑내기였다는 고 이상은씨 어머니 강선이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처음 이태원 유가족을 찾아왔을 때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었다”며 “이제 죄송해하지 마시고 우리가 함께 힘을 모으면 된다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강씨는 이어 “모든 국민이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안산에서 광명까지 걸은 초등학생 강지후군(12)은 “세월호 유가족과 걸으면서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으니 생명안전기본법을 만들어서 미연에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행진 대열이 건네준 노란 리본을 받아든 고등학생 이정은양(18)은 “사촌오빠도 세월호에 탈 뻔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참사 뉴스를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여전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유가족들이 이렇게 걷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정성욱씨는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되는 내달 16일까지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날 계획이다.

정씨는 “‘무엇이 더 남았느냐.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나 왜 해경이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을 구조하지 않았는지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 이유도 모른 채 아이들을 가슴에 묻을 수는 없기 때문에 진상규명에 함께해달라고 계속해서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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