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만큼 인기 있는 중국 ‘춘BA’…올해도 뜨거운 출발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2024년 3월 22일 올해 춘BA 개막식을 알리는 CCTV 뉴스화면. / CCTV 화면 캡처

2024년 3월 22일 올해 춘BA 개막식을 알리는 CCTV 뉴스화면. / CCTV 화면 캡처

농구 인기가 높은 중국에서 전미농구리그(NBA)와 중국농구리그(CBA) 소식은 뜨거운 관심 대상이다. 중국인들이 열광하는 농구리그가 최근 하나 더 생겨났다. 구이저우에서 열리는 시골마을 농구리그 ‘춘(村)BA’이다. 지난 22일 개막한 올해 춘BA도 주목을 받으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남서부인 구이저우성 타이장현 타이판향은 산으로 둘러싸인 농촌이다. 소수민족인 첸둥난먀오·둥족 자치구에 속하며 인구는 1만7000명이다.

이 시골 마을의 농구 경기장은 이날 중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올해로 3년째가 된 춘BA 개막전을 보러 온 사람들이다. 개막식 행사에는 먀오족 전통 공연이 열렸다. 관중들은 냄비와 프라이팬 등을 두들기며 응원했다. 중국중앙(CC)TV 등 중국 매체들은 24일 “올해 춘BA의 막이 올랐다”며 개막 경기와 현지 풍경을 자세히 소개했다.

춘BA는 타이판에서 음력 6월 열리는 마을 대항 토너먼트 농구대회에서 시작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1936년에도 경기가 열린 적 있다. 주민들이 여름철 농번기를 앞두고 돈을 모아 여는 마을 축제의 하나였다. 선수들은 모두 마을 주민이다. 해설자는 보통화(표준 중국어), 구이저우 방언, 먀오족 방언을 번갈아 사용하며 중계한다. 대회 상금은 트로피나 현금이 아닌 소, 양, 돼지 등 가축으로 지급된다.

마을 축제다 보니 주민들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 대회가 열리지 않기도 했다. 2016년부터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대회는 구색을 갖추고 매년 열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이 대회를 NBA와 CBA에 빗대 춘BA라는 별칭으로 부르며 열광했다.

춘BA가 중국 전역에 알려진 것은 2022년 7월 말부터이다.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올라온 경기 영상마다 1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누적 시청자 수는 1억 명을 넘었다. 현장 방문객도 많아지면서 1만명 규모의 야외 경기장을 2만명 규모로 증설했지만 좌석이 모자라 경기를 못 보고 돌아가는 사람이 속출할 정도였다.

대회 흥행 요인으로는 농구 인구가 1억25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중국에서 농구 인기가 워낙 높은 데다 코로나19 봉쇄의 답답함을 해소해 주는 흥겨운 분위기, 평범한 사람들이 경기에 출전하는 것에서 오는 친근함 등이 꼽힌다. 농구스타 야오밍이 “나도 가 보고 싶은데 표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발언하며 더욱 명성을 얻었다.

구이저우성은 2023년 대회를 ‘구이저우성미려향촌(美丽乡村)농구대회’라는 이름으로 확대 운영했다. 전국 2000개 팀이 3월~10월 동안 리그전을 벌이는 형태이다. 대회는 같은 해 6월부터 중국 농업농촌부와 국가체육총국이 공동 운영하는 행사로 격상됐다.

‘아름다운 시골마을’이란 뜻의 미려향촌은 중국 공산당이 2013년 채택한 농촌 정책 슬로건이다. 농촌의 위생·정주 환경을 개선하고 관광·레저 산업과 연계해 농가 소득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표현했다. 마을 축제로 시작한 춘BA가 중국 정부의 농촌 정책 성공 사례로 내세우기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지난해 ‘화목하고 아름다운 향촌(和美乡村)’이란 새 슬로건을 내놓으면서 대회의 정식 명칭은 ‘전국화미향촌농구대회’가 됐지만 춘BA란 별칭이 더 널리 쓰인다.

정부까지 나서 밀어주면서 춘BA는 중국 포털 바이두가 선정한 2023년 온라인 10대 키워드가 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2023년 춘BA 결승전 중계영상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춘BA 기간 하루 2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타이판향을 찾는다. 대회 기간 농산물, 공예품 판매가 급증해 주민들은 노점으로 1만~2만위안(약 2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타이장현은 춘BA 효과로 지난해 2억6800만위안 규모의 채소 가공 공장 17개동을 새로 지었다. 타이판 농구 경기장 근처에는 호텔도 지어졌다. 현은 지역 경제성장으로 젊은이들의 귀향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농촌 출신’이 주목을 받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점도 춘BA가 성공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춘BA 경기 출전 조건은 22세 이상 ‘농촌 호적’을 가진 사람이었다.

도농 간 이동을 제한하는 중국 후커우 제도에서 농촌 호적은 도시 이주를 어렵게 하고 이주 후 불이익을 당하며 살도록 하는 일종의 굴레였다. 하지만 춘BA 무대에서는 주인공이다. 춘BA 출전 선수인 양창은 지난해 CCTV와의 인터뷰에서 “평일에는 출근했다가 퇴근 후 농구를 한다”며 “농구는 취미생활이지만 우리에게는 꿈이 있다. 더 높은 무대로 올라가 우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이저우성에서 5월부터 열리는 시골마을 축구대회인 춘차오(村超) 역시 지난해 6만명의 최고 관중을 동원하는 등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춘차오 운영 방식도 춘BA와 같다. 트럭 운전사, 목수 등 마을 주민들이 선수로 출전한다. 춘BA와 춘차오는 중국 농촌의 역동성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CCTV에 따르면 올해 춘BA 개막전은 후난성과 간쑤성 지역팀 경기로 열렸다. 두 팀 선수들 역시 농민, 목축민, 농구 교사, 상인 등 다양한 직종 출신이다. 올해 춘BA는 규정이 바뀌어서 5명 중 2명까지는 도시 호적 선수도 출전할 수 있다. 단, 팀이 속한 현지인이어야만 한다. 지난해에는 첸둥난저우 팀이 우승했다. 올해의 결승전은 11월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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