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대법, 임신 6주 이후 임신중지 금지…최종 결정은 11월 개헌 투표로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미국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1일(현지시간) 임신 6주 이후 임신중단(낙태)을 금지하는 주 법률을 사실상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플로리다 대법원은 동시에 임신중단권을 주 헌법으로 보장할 것인지를 오는 11월 주민 투표에서 결정하도록 길을 열어뒀다. 임신중단권 문제가 미 대선에서 플로리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플로리다 대법원은 이날 주 헌법의 사생활 보호 조항이 임신중단권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제정된 임신 6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한 주 법률이 다음달 1일 발효된다.

주 법률은 강간, 근친상간, 치명적인 태아 기형, 긴급 의료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신 6주 이후 임신중단 시술 제공을 금지하고 있어 사실상 전면 임신중단 금지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FP통신은 “임신 6주는 많은 여성이 임신 사실을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시기”라고 꼬집었다.

이날 판결은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취임한 후 주 대법원을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했다는 점에서 예견된 결과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같은 날 별도의 판결에서 임신중단 권리를 주 헌법에 명시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11월 주민 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최종 결정 권한을 법원이 아닌 플로리다 주민들의 몫으로 남긴 것이다. 개헌안이 가결되면 주 법률은 사실상 효력을 잃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플로리다 대법원이 내린 두 개의 결정은 연방대법원이 임신중단을 헌법적 권리로 보장한 ‘로 대 웨이드’(1973) 판례를 2022년 폐기한 이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임신중단권을 지지하는 플로리다 단체들은 “이제 플로리다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엄격한 임신중지 금지 법률을 갖게 됐다”면서 주민 투표를 통해 상황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 반면 임신중지 반대단체들은 임신 중지가 가능한 기간이 짧아진 것을 환영하면서도 개헌안을 투표에 부치기로 한 결정에는 유감을 표명했다.

플로리다는 현재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엄격한 법률을 시행 중인 남부 지역 거주 여성들이 ‘원정’ 임신중지 시술을 받기 위해 모여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플로리다 유권자 상당수는 임신 초기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조치에 반대한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오하이오와 미시간을 비롯해 보수 색채가 짙은 캔자스 등 7개주에서 실시된 주민투표 결과 임신중단권 보장을 지지하는 쪽이 모두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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