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검찰 진술분석관의 피해자 면담 영상녹화물 증거능력 인정 안해”

유선희 기자
대법원. 자료사진

대법원. 자료사진

검찰 소속이어도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이 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 아동을 면담하고 그 내용을 녹화한 영상은 형사재판의 증거능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은 절차를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사건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하면서 영상녹화물 증거인정에 대한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친모와 친모의 지인이 친모의 아이를 9살때부터 4년 동안 성폭행하고 학대한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검찰이 낸 영상녹화물은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성폭력범죄처벌법에 따라 법원은 재판에서 아동이 피해자인 경우 진술의 신빙성 판단을 위해 의사나 심리학자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조회를 받아 판단할 수 있다. 해당 사건에서 검사는 제3자 전문가에게 의뢰하지 않고,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에게 피해자 진술 신빙성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검찰은 진술의 신빙성 판단 위해 진술분석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검찰 소속의 진술분석관은 피해자와 면담하면서 그 내용을 녹화했다. 검사는 이 영상녹화물 CD를 법원에 증거로 냈다.

재판에선 해당 영상녹화물이 증거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 2심은 영상녹화물에 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을 수긍했다. 법원은 피해자 진술이 조서·진술서 형태로 작성되지 않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한 의견조회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나 참고인들의 진술이 수사과정에서 나온 경우 조서 진술서 형태로 작성된 것을 증거로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영상녹화물을 내면서 피해자 진술을 조서·진술서 형태로 제출하지 않았다.

또 같은 법 제313조는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나 참고인들의 진술이 ‘수사과정 외’에서 나온 경우 진술내용이 포함된 사진·영상 등의 형태도 증거로 허용한다. 검찰 측은 진술분석관은 피해자의 진술에 관한 신빙성을 분석하려고 투입됐을 뿐 수사·조사한 게 아니어서 ‘수사과정 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진술분석관도 검찰 소속이고 검찰 요청에 따라 면담이 진행됐기 때문에 ‘수사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봤다. ‘수사과정 외’가 적용되려면 제3자에게 의뢰해 진행된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영상녹화물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나 진술서도 아니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도 없다”며 “이 사건 영상녹화물은 ‘수사과정 외’에서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녹화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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