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들이 본 ‘청소년 소설’ 현주소 “현실은 없고 상상만 있다”

이영경 기자

세상·사회와의 갈등 부재 유토피아적 성장에만 그쳐

청소년 문학 열풍이 뜨겁다. 지난해 김려령의 <완득이>에 이어 올해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창비를 비롯한 문학 출판사들이 잇달아 청소년문고 시리즈를 만드는 등 청소년 문학이 ‘블루 오션’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새로운 장르로서 완성도는 어느 정도인가.

계간 ‘세계의 문학’과 ‘내일을 여는 작가’가 청소년 소설에 비평의 잣대를 들이댔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씨는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실린 ‘장르로서의 청소년 소설’이라는 글에서 창비 청소년문학상 1, 2회 수상작인 <완득이>와 <위저드 베이커리> 두 소설을 중심으로 청소년 소설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강씨는 청소년 소설의 장르적 특성이 모호한 가운데 사실상 성장소설과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고 말한다. 성장소설은 주인공이 자아의 내적 성숙을 통해 사회와의 화해를 모색하는 소설로, 개인과 사회 사이의 갈등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문제는 <완득이>와 <위저드 베이커리>의 경우 갈등이 부재하는 ‘상상의 성장’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

<완득이>는 해외 이주노동자,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의 문제를 쾌활한 문체로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지만, “모든 것을 따뜻하게 품고 이해할 뿐 그 문제에 대하여 자신과 세계의 연관을 파악하기 위하여 전전긍긍하지 않고 주어진 세상을 갈등 없이 받아들인다”는 게 강씨의 지적이다. 작품 초반부 갈등의 대상으로 보였던 담임 ‘똥주’가 오히려 완득이의 강력한 조력자로 변신하고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돌아와도 아무런 갈등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그 예다. 강씨는 “완득이의 화해는 사실상 매우 현실성이 떨어지는 인공적 융합의 공간이며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유토피아적 선의 세계”라고 말한다.

유아 성폭행을 일삼는 아버지와 신경질적인 새어머니 사이에 있는 말더듬이 소년이 ‘마법사 빵집’을 통해 가족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위저드 베이커리> 역시 지나치게 어둡기 때문에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씨는 “주인공이 탈출하고 싶은 현실을 구체화하고자 했다면 질문은 과연 이러한 세상에서 성장이란 무엇일까로 확장돼야 하지만 이 소설은 마법이라는 환상적 장치로 사건의 나열을 봉합한다”고 분석했다.

강씨는 오히려 김사과나 노희준 등 본격문학에 등장하는 10대들의 모습이 현실에 더 가깝다면서 청소년 문학에 존재하는 계몽적 요소를 경계했다. “청소년 문학은 분명 교육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 교육적 면모는 도덕성이나 윤리성이 아니라 문학성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계간 ‘내일을 여는 작가’는 지난 여름호에서 ‘청소년 문학을 진단한다’는 특집을 마련했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상욱씨는 <완득이>와 <위저드 베이커리>가 대중적 환호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현실성 결여, 극단적 형상화 때문에 소설의 미적 자질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완득이>가 청소년 소설이 독립적 영역으로 자리잡는 데 일조했다는 호평도 있었다. 시인이자 청소년문예지 ‘푸른작가’ 편집주간 박일환씨는 <완득이>가 “작중인물에 대해 직접적 연민을 표현하는 것을 피해 기존 청소년 소설이 지닌 한계인 도식성과 연민에 의한 도덕주의라는 통념을 깨뜨렸다”고 평했다.

<이영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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