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타르코프스키의 순교일기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정성일 | 영화평론가·감독

자기 삶에 매일 용기 주는 법

[정성일의 내 인생의 책] ②타르코프스키의 순교일기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잘 알려진 대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1962년 <이반의 소년시절>로 데뷔한 다음 1986년 일곱 번째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 <희생>을 편집하다 54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는 이미 의사로부터 자신의 죽음에 대한 예고를 통보받았고, 자신이 남겨놓을 영화의 작업과 삶의 남은 시간을 맞바꾸었다. 아직 페레스트로이카 이전 사회주의 소비에트 체제 안에서 타르코프스키는 끊임없이 자신의 프로젝트가 검열 당국에 의하여 무산되는 것을 그저 속수무책으로 구경해야 했다.

<타르코프스키의 순교일기>는 1970년 4월30일 모스크바에서 시작해서 1985년 12월15일 파리에서 끝난다. 이 일기에는 온갖 세세한 항목의 기록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종종 이달의 생활비를 정리한 다음 ‘절약을 해야 한다’는 다짐을 써놓기도 했다. 만일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 대한 철학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밀치고 <봉인된 시간>을 읽기 바란다.

그러나 위대하기 짝이 없는 한 인간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현실 속에서 견디면서 살아갔는지를 읽고 싶다면 이 일기를 권한다. 읽던 페이지를 멈추고 창문 바깥의 바람을 보게 만든다. 이를테면 1974년 6월27일의 일기. 타르코프스키는 꿈속에서 사형당하는 자신을 보았다.

하지만 형 집행이 채 이루어지기 전에 잠에서 깨어났다. 타르코프스키는 그걸 아쉽게 생각한다. 조금만 더 늦게 깨어났다면 사형을 당할 수 있었을 텐데. 차라리 죽는 편에서 자유를 맛볼 수 있는 지경까지 온 예술가의 일상생활. 타르코프스키는 가까스로 견뎌내면서 다음 영화를 다시 준비한다. 그게 그 다음날의 일기이다.

이 고통스러운 일기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삶에 용기를 주는 매일매일의 방법을 담은 책이다.


Today`s HOT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불타는 해리포터 성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