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나치 반유대주의법의 교과서는 미국이었다

김종목 기자

히틀러의 모델, 미국

제임스 Q. 위트먼 지음·노시내 옮김 |마티 | 226쪽 | 1만5000원

[책과 삶]나치 반유대주의법의 교과서는 미국이었다

아돌프 히틀러가 1933년 집권하고 삼은 최우선 과제는 어떻게 반유대주의를 법제화할 것인가였다.

나치 법률가들은 어느 국가의 기존 인종법을 열심히 연구했다. 그 국가는 미국이다. 나치는 흑백을 분리한 미국 남부의 ‘짐 크로’법, 민족 분류에 따라 입국·귀화 여부를 가른 이민법·귀화법뿐만 아니라 ‘인종주의 국가 미국’ 자체도 열심히 들여다봤다. 연구 결과는 1935년 9월15일 뉘른베르크법으로 이어진다. 나치는 ‘인종 오염’에 집착하며 유대인과의 결혼·성관계를 금지했다. ‘혈통법’은 미국 ‘혼혈금지법’을 참조했다. 미국 여러 법은 홀로코스트로 가는 인종법의 모델이 된 것이다.

1930년대 미국이 인종차별 국가였다는 건 비밀도 아니다. 하지만, 독일 나치가 ‘자유에 기반을 둔 위대한 헌법 전통’의 본거지인 미국을 참조해 인종법을 만들었다? 미국 예일대 비교법 교수인 저자는 실증 자료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드러낸다. 1920년 나치당 강령, 히틀러의 <나의 투쟁>, 1934년 나치 형법개정위원회 회의 속기록을 분석한다.

히틀러는 미국이 건전한 인종주의 질서 창조에 진전을 본 ‘유일한 국가’라고 칭찬했다. 독일의 인종 청소는 미국의 원주민 학살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정황 증거도 있다. 히틀러는 1928년 “홍인종 수백만을 총살해 그 수를 몇십만으로 줄였”다고 칭찬했다. 나치는 동유럽 점령에 미국의 서부 정복을 들먹였다.

나치가 유일하게 아쉬워한 대목은 미국이 유대인을 ‘백인종’으로 분류했다는 점이다. 흑인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이면 흑인으로 간주하는 규칙을 두고 나치가 ‘너무나 가혹하고 엄격한’ 인종주의 잣대라고 평한 부분은 아이로니컬하다.

1936년까지 두 나라는 적대적이지 않았다. 독일은 뉴딜 정책을 긍정 평가했다. 미국은 독일의 야욕에 침묵했다. 책은 동맹국과 적대국의 경계가 무엇인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도 들여다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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