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다. 할리우드에선 유사한 실험을 다양한 형태의 영화로 만든 적이 있다.
26일(현지시간) 항공우주국은 이날 오후 7시14분(한국시간 27일 오전8시14분)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우주를 비행 중인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인간이 만든 우주선을 충돌시켰다고 발표했다.
디모르포스는 지름 160m의 소행성으로, NASA는 ‘이중 소행성 경로 변경실험(DART)’이라 이름 붙인 실험을 통해 이 소행성의 비행 궤도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은 향후 있을지 모르는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에 대비해 방어 기술 개발차 마련됐다.
지구를 멸망시킬 위력의 소행성과 이를 막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재난 영화의 단골 소재다. 대표적인 것이 1998년 개봉한 영화 <아마겟돈>이다. NASA는 텍사스 크기 만한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남은 시간은 18일. NASA는 특공대를 우주로 보내 소행성에 폭탄을 심어 산산조각 내는 작전을 세운다. 작전은 여러 이유로 조금씩 틀어지지만 결국 주인공 해리(브루스 윌리스)의 희생으로 지구는 대재앙을 면한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딥 임팩트>에서는 에베레스트 크기의 거대 혜성이 지구로 날아든다. 미국 정부는 이 혜성을 파괴하기 위해 러시아와 합작으로 우주선 ‘메시아호’를 우주로 보낸다. 이 작전으로 소행성을 두 조각 내는 데는 성공하지만 궤도 변경에는 실패한다. 두 조각 중 하나가 지구와 충돌하며 미국 동부를 휩쓸어버린다. 그러나 영웅적인 인물들의 희생과 활약으로 나머지 한 조각을 막는 데 성공한다.
블록버스터 감독 마이클 베이의 <아마겟돈>이 주인공의 영웅적 활약상을 부각했다면, <딥 임팩트>는 대재난을 마주한 평범한 사람들의 반응을 그렸다.
재난 영화가 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개봉한 <돈 룩 업>은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거대 혜성으로 인한 파멸을 그렸다. 거대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천문학자들은 이를 알리기 위해 백악관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대통령은 곧 있을 선거에 정신이 팔려 이를 무시한다.
대통령은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지구를 구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을 다시 불러들인다. 지구 구출 작전에 참여한 유명 IT·우주 기업의 경영인은 이 소행성에 묻힌 희귀광물로 돈을 벌 욕심에 소행성 파괴 계획을 철회시킨다. 당연하게도 작전은 실패하고, 결국 인류는 멸망을 맞는다. <돈 룩 업>은 소행성 충돌이라는 은유로 기후위기 등 재난 앞에서도 한 치 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인류를 풍자한다.
과학자들은 소행성 충돌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그때 인류가 처한 상황은 <아마겟돈> 과 <돈 룩 업>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