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물으니 “하입보이요”…밈까지 만든 영상 뭐길래

최민지 기자

길거리 시민의 플레이리스트 묻는

‘지금 무슨 노래 들으세요’ 콘텐츠

또래의 취향 궁금한 2030에 ‘인기’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지금 무슨 노래를 듣고 있느냐’고 물어보는 영상 콘텐츠들이 유행하고 있다. 해외 크리에이터들이 몇 해 전 시작한 이 콘텐츠는 최근 한국에도 상륙했다. 유튜브 갈무리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지금 무슨 노래를 듣고 있느냐’고 물어보는 영상 콘텐츠들이 유행하고 있다. 해외 크리에이터들이 몇 해 전 시작한 이 콘텐츠는 최근 한국에도 상륙했다. 유튜브 갈무리

요즘 이어폰을 꽂고 거리를 걷다 보면 낯선 이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무슨 노래 듣고 계세요?”

유튜브와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거리의 시민들이 어떤 음악을 듣는지 물어보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해외에서 먼저 유행하기 시작한 이른바 ‘지금 무슨 노래 들으세요’ 콘텐츠가 국내에 상륙한 것이다.

콘텐츠의 형식은 단순하다. 크리에이터가 길거리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다가가 “지금 무슨 노래를 듣고 있냐”고 묻는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당황하지 않고 듣고 있던 노래의 제목을 알려준다. 그러면 크리에이터는 해당 노래를 몇 초간 짧게 들려주고 다른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비교적 단조로운 형식의 영상이지만 촬영 장소에 따라 매회 다른 개성이 생긴다. 관련 채널들이 ‘노량진 편’, ‘홍대 편’, ‘지하철 1호선 편’, ‘헬스클럽 편’ 등 장소를 특정해 영상을 제작하는 것도 그래서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헬스클럽에서는 템포가 빨라 운동 효율을 높여주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예술 전공자가 많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유행 가요보다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에롤 가너의 ‘나이트 윈드’처럼 다양성 넘치는 음악이 나온다.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유사한 채널이 잇따라 생기고 있다. 지난해 8월 첫 영상을 올린 채널 ‘와쏭’은 개설 반년 만에 11만5000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비슷한 시기 개설된 또 다른 채널 ‘복코s’도 현재 5만6600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이밖에 연세대, 단국대 등 각 대학의 공식 유튜브 채널들도 교내를 배경으로 같은 콘셉트의 영상을 찍어 업로드했다. 코미디언 김용명 등 연예인이 출연하는 웹 예능에서도 해당 포맷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거리에서 ‘남이 듣는 음악’ 콘텐츠를 보는 이유는 다양하다. 주로 2030세대인 시청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또래들이 어떤 음악을 듣는지 궁금해한다. 이 영상들을 통해 이전에 몰랐던 좋은 음악을 알게 됐다는 반응도 많다. 20대 직장인 A씨는 “‘복코s’ 채널의 ‘인천공항 편’에서 한 소년이 미국 래퍼 칸예 웨스트의 ‘바운드 2’를 듣는 걸 본 이후 자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의외성’을 매력으로 꼽기도 한다. 얌전해보이는 여성이 거친 외국 힙합을 듣거나 말쑥한 정장 차림의 직장인 남성이 애니메이션 음악을 듣는 등 ‘갭’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관련 영상을 종종 본다는 직장인 김혜인씨(32)는 콘텐츠 속 등장 인물들이 ‘일반 시민’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반인이 나오는 방송이 줄었어요. 시민 인터뷰를 하던 <유퀴즈>는 이제 유명인만 나오고요. TV에서 볼 수 없는 20~30대 보통의 또래들이 나오는 걸 보는 게 재미있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일반인들이 오늘 입은 옷을 소개하는 숏폼 콘텐츠도 즐겨봐요.”

콘텐츠의 높은 인기로부터 파생된 ‘밈’(meme, 유행 콘텐츠)도 등장했다. 이어폰을 꽂고 길을 걷다 누군가 말을 걸면 무슨 노래를 듣고 있는지 질문한 것이 아닌데도 듣고 있는 노래 제목을 알려주는 내용의 밈이다.

이때 단골로 등장하는 노래가 2022년 하반기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하입보이’다. 이 곡을 부른 신인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민지는 최근 한 음악 방송에서 이 밈을 그대로 재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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