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맘’ 박세미 “돌잔치 사회, 아기띠 판매왕까지 안 해본 일 없어”

임지선 기자

신도시 미시 패션·열성맘 열연

작은 코너 조연으로 공감·인기

현실 웃음 주며 수백만 조회수

방송 개그맨 공채 10번의 낙방

다양한 알바 경험들 연기 녹여

개그우먼 박세미. 메타코미디 제공

개그우먼 박세미. 메타코미디 제공

“돌잔치 사회부터 베이비페어에서 아기띠 판매, 키자니아 아르바이트까지 안 해본 일이 없어요. 그 모든 게 지금 ‘서준맘’을 만들었죠. 서준맘 완전 기절이죠?”

아파트 많은 신도시에 가면 꼭 이런 엄마들이 있다. 분명 편해보이는 트레이닝복 스타일이지만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간 롱 원피스를 입고, 언제든 휴대폰을 받기 편하도록 어깨에 멘 엄마. 네일아트를 한 손톱은 알록달록 반짝인다. 이른바 ‘신도시 미시 패션’. 아들을 원어민이 있는 영어유치원에 보내려고 애쓰고 유치원 장기자랑에서 크게 박수치지만 자신의 아이가 주인공 역할이 아닌 걸 알고 뒤로 돌아 실망한다. 동네에선 운전하다가도 아는 언니가 보이면 창문을 내리고 열심히 손을 흔든다. 서로 친한 듯하면서도 ‘눈도 다 (수술)했잖아’ ‘이 언니랑 저 언니랑 싸워서 지금 서로 말 안 하잖아’ 등 미주알고주알 수다를 떤다. 목소리는 항상 ‘솔톤’. 개그우먼 박세미가 연기하는 ‘서준맘’이다. 박세미를 최근 서울 합정동 메타코미디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세미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한 프로그램인 ‘05학번 is here’에서 신도시에 사는 젊은 엄마 서준엄마를 연기한다. 이 시리즈가 공개된 초기에 ‘서준맘’은 고깃집을 운영하는 ‘배용남’의 아내 정도로 출연했다. 말 많으면서 푼수기 가득하고, 요즘 젊은 엄마들 패션을 그대로 가져온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로 구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아이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거나 말해봤을 법한 대사를 하는 ‘서준맘’. 손목보호대를 착용하는 디테일까지 살린 ‘서준맘’은 젊은 엄마들의 많은 응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박세미의 비중은 점점 커졌고 최근에는 ‘안녕하세미’라는 개인 채널도 열었다. 그는 이미 “눈물 콧물 기절이야” “항시적으로”라는 유행어도 만들어냈다.

영어유치원 학예회에 참석한 서준엄마와 서준아빠 대화를 담은 ‘서준이 영어유치원 학예회 ASMR’ 20분짜리 콩트 영상은 숨막힐 정도로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회수 140만회를 기록한 이 영상은 아무런 배경 없는 캄캄한 학예회 뒷좌석에 앉은 부부가 나눌법한 진짜 대화를 담았다. “버버리 입고 오라니까 왜 거적때기 같은 옷을 입고 와.” “남자는 차가 중요해. 차 바꾸자. 우리만 카니발이야.” “(손을 마구 흔들며) 엄마 여기 있다!” “에이미네 차가 포르쉐야. 저 아이는 푸르지오 사는데 그 단지 건물주야.” 겉으로는 반갑게 인사하면서도 재력으로 서로를 선긋고 견제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를 고스란히 그려낸 것. 이 영상에는 ‘소름돋는다’ ‘정들었는데 이 연기 보고 오만정 다 떨어질 정도로 연기 잘한다’ ‘이렇게 대부분을 집, 차 얘기로만 20분 채울 수 있는 콘텐츠도 없다’는 댓글이 달렸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서준맘’ 개그우먼 박세미

아침에 유치원 보내는 ‘전쟁’ 같은 상황을 아이 시점으로 카메라에 담은 ‘Going to the Kindergarden’도 ‘서준맘’의 대표 영상이다. ‘신도시 아재는 누구와 결혼했는가’는 조회수 300만회를 넘었다.

<피식대학>에서 촬영하는 영상 대부분은 대본이 없다. 박세미는 간략한 상황만 듣고 바로 촬영에 들어간다. “마트에 가면 아기 엄마들이 제일 먼저 뭘 생각할지 고민해요. 아기엄마들은 아이 낳기 전후로 급하게 운전을 배우느라 초보운전이 많죠. 그래서 끼어들어야 할 때 창문을 내리고 남편에게 ‘손 좀 흔들어봐’라고 이야기하게 되죠.”

사실 박세미가 그리는 ‘서준맘’은 현실에서 극성스럽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다. “서준맘이 어떻게 보면 ‘진상’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사랑스럽게 연기하려고 ‘줄타기’를 하고 있어요. 너무 착해도, 또 너무 현실성이 떨어져도 재미없으니까요. 또 진짜 아이를 키우지 않는데 아이 키우는 힘든 현실을 함부로 말하려고 하진 않아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05학번 is here’ 캡처. 메타코메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05학번 is here’ 캡처. 메타코메디

박세미가 이토록 ‘젊은 엄마’ 역을 현실적으로 잘 연기할 수 있는 배경에는 수많은 아르바이트 경력이 깔려 있다. 그의 집안 형편은 좋지 않았다. 돌잔치 사회, 키자니아(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베이비페어 판매 직원, 카페 아르바이트 등 누굴 탓할 겨를도 없이 쉼없이 일을 해나갔다. 아르바이트 세계에서도 박세미는 남달랐다. 보통 돌잔치 사회자로는 남성을 선호한다. 박세미는 아이 키운 엄마 안아주며 돌잔치 사회자로 동네 엄마들에게 명성이 자자했단다. 베이비페어에서는 아기띠 ‘판매왕’ 타이틀을 땄고, 키자니아에서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매니저로 승진까지 했다. “베이비페어에서 아기띠를 팔면 다 저를 에워쌌죠. 어떤 분은 오셔서 ‘돌잔치 사회자분이 왜 여기 계시냐’고도 했어요.” 다년간의 아르바이트 이력은 그를 ‘서준맘’으로 이끌었다.

유튜브 스타 박세미는 ‘공채 타이틀’이 없다. 20대 때부터 방송사 공채 개그맨 시험에 10번 응시해 10번 떨어졌다. 얼마 전 MBC <구해줘 홈즈>에 패널로 출연했을 때, 그는 개그계 선배인 박나래에게 자신을 ‘개그우먼’으로 소개해도 될지 망설였단다. 박세미는 “자격지심일 수도 있는데 공채 출신이 아니니까 ‘개그우먼’ 타이틀을 딴 게 아니어서, 유튜버라고 소개해야 할지 고민이 됐는데 박나래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주셨다”고 말했다.

“코미디 극단에서 함께 연기하던 배우들이 합격해 인사하러 찾아온 그 하루만 힘들었고 다른 날은 괜찮았어요. 저를 믿었어요. 계속 떨어져도 어느 방향으로든 가겠지 하면서 일을 쉬지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가난과 실패가 다 밑거름이 됐어요.”

어릴 때부터 장기자랑에는 빠지지 않고 나갔던 박세미. 주변에선 ‘너는 연예인 할 거야’라는 소리를 내내 듣고 자랐다는 그는 이제 진짜 지상파 TV에도 출연하는 연예인이 됐다. 그는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도 출연해 끼를 맘껏 방출했다. 그는 계속 ‘웃기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보고 웃는 모습을 보면 희열을 얻어요. 무명 과정이 길어서 화르르 타오르기보다 안정적으로 가고 싶어요. 급하게 가면 체하니까요. 지금은 너무 행복합니다. 앞으로는 박세미를 더 기억해주세요.”

개그우먼 박세미. 메타코미디 제공

개그우먼 박세미. 메타코미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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