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홍대 불금은 클럽 말고 ‘코미디 클럽’

최민지 기자

개관 100일 맞은 코미디 전용 공연장 ‘메타코미디클럽 홍대’

15 일 오후 서울 메타코미디클럽 홍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영준 대표, 코미디언 이제규, 손동훈, 이재율, 이용주, 곽범.(왼쪽부터)    연합뉴스

15 일 오후 서울 메타코미디클럽 홍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영준 대표, 코미디언 이제규, 손동훈, 이재율, 이용주, 곽범.(왼쪽부터) 연합뉴스

“자, 지금부터 여러분은 관객이에요. 마음 놓고 편하게 보셔야 해요. 정치 얘기 나올 거고요. 젠더 이슈, 세대 갈등 나올 겁니다. 뇌를 빼시고 나의 성별, 고향, 직업 다 잊으시고 웃기 위해 보세요.”(코미디언 김영구)

금요일인 지난 5일 밤 11시.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80평 규모의 코미디 전용 공연장 ‘메타코미디클럽 홍대’는 120여명 관객의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한 쪽에는 바, 한 쪽에는 작은 무대로 이뤄진 공연장은 2030 청년 세대부터 정장 차림의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으로 채워졌다. 맥주와 감자튀김, 위스키을 먹고 마시며 즐기는 ‘레잇나잇 스탠드업 코미디 쇼’다.

최고 인기인 피식대학 멤버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자 관객의 반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관객 앞에 선 코미디언들은 성적인 농담부터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로 좌중을 압도했다.

토크가 주재료인 공연. 외국인 관객조차 도리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란에서 온 유학생 골너르(26)와 어저데(28)는 이날 90분간 이어진 공연 내내 연신 폭소했다. 피식대학 구독자인 두 사람은 “스탠드업 코미디는 처음이었는데 외국인도 이해하기 쉬웠고 (개그) 코드가 잘 맞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오늘로 5번째”라고 외치는 다회차 관객이 여럿 있었다. 높은 인기를 증명하듯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클럽 건물은 입장을 위해 줄을 선 관객 수십 명으로 북적거렸다. 춤추는 클럽이 아닌 ‘코미디 클럽’으로 핫한 홍대의 요즘 풍경이다.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가 지난해 12월 문을 연 ‘메타코미디클럽 홍대’는 지금까지 모든 공연이 10분만에 매진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는 지난 15일 개관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실험적인 코미디를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만난 것이 메타코미디클럽 홍대”라며 “아무래도 ‘오픈발’이 있었는데 이후로도 계속 찾아주시도록 하는 것이 저희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용주(피식대학), 곽범(빵송국) 등 메타코미디 소속 코미디언이 참석했다.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지만 무대에 서는 코미디언들이 느낀 관객 반응은 긍정적이다. 만담으로 무대에 서고 있는 ‘빵송국’ 곽범은 “한국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만담을 6년 전부터 해왔다. 전에는 사비를 쓰면서 공연을 해왔는데 요즘 관객분들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충분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술과 함께 즐기는 공연인 탓에 ‘헤클링’도 종종 등장한다. 헤클링이란 관객이 공연자를 향해 보내는 야유나 비아냥을 말한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손동훈은 “처음엔 당황하지만 연차가 쌓이다보면 받아내는 능력이 생긴다”며 “자제시시키거나 그분들로부터 웃음을 뽑아내는 것이 코미디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메타코미디는 만담과 스탠드업 외에 다양한 장르를 국내 관객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정 대표는 “콩트나 영미권에서 주로 하는 임프로브(즉흥연기), 일본의 라쿠고 등 소개하고 싶은 장르가 많다”며 “이것들을 한국 문화와 접목시켜 우리 식으로 선보여 한국 코미디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르적 확장 외에 클럽의 추가 개관, 일본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인 요시모토흥업과의 협업도 구상하고 있다.

2021년 ‘국내 최초 코미디 레이블’을 표방하며 설립된 메타코미디는 TV에서 유튜브로 옮겨간 코미디 업계의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방송국 코미디언 공채 시스템이 사라지고 공개 코미디 방송이 힘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미디언들의 설자리를 만들어왔다. 실제 공연장에는 실력이 증명된 인기 코미디언 외에 경력이 없는 신인들의 무대도 마련돼있다. 정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신인 발굴과 인재 육성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저는 신인 발굴은 사기업의 영역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이브, YG가 신인을 발굴하는 것처럼, 메타코미디 역시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이 부분에 많은 공력을 들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메타코미디클럽 정영준 대표.    연합뉴스

서울메타코미디클럽 정영준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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