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처럼 기분 좋은 자극의 밴드···20년 맞은 밴드 ‘페퍼톤스’

김한솔 기자
페퍼톤스. 왼쪽부터 신재평, 이장원. 안테나 제공

페퍼톤스. 왼쪽부터 신재평, 이장원. 안테나 제공

2인조 밴드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의 공식 홈페이지 왼쪽 상단에는 작은 글씨로 ‘since 2003’이라고 적혀있다. 밴드를 결성한 해에 ‘우리가 몇 년을 갈까’ 생각하며 쓴 문구였다. 이듬해 데뷔해 이제 20년 차 가수가 됐다. 지난 17일 20주년 기념 앨범 <Twenty Plenty>를 발매한 이들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페퍼톤스는 10년 전 10주년 공연을 준비할 때 공연 앞에 ‘기념’이라는 단어를 붙일지 말지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성대하게 축하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10년 갖고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나왔다. 20주년을 앞두고는 분위기가 달랐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할 때 쓴 ‘since 2003’이라는 문구를 20년간 유지했다는 게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신재평은 “시간의 힘이 대단하다. 매년 할 수 있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꾸준히 하다 보니 20살 밴드가 됐다”고 했다.

페퍼톤스는 데뷔 초 ‘카이스트 출신’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밴드라는 점이 화제가 됐다. 최근 출연한 유튜브 ‘피식대학’에서는 두 사람을 ‘원조 너드’로 묘사하기도 했다. 안테나 제공

페퍼톤스는 데뷔 초 ‘카이스트 출신’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밴드라는 점이 화제가 됐다. 최근 출연한 유튜브 ‘피식대학’에서는 두 사람을 ‘원조 너드’로 묘사하기도 했다. 안테나 제공

이번 앨범에는 총 20곡이 담겼다. 10곡은 신곡이고, 다른 10곡은 동료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한 페퍼톤스의 인기곡들이다. 타이틀곡 ‘라이더스’에는 페퍼톤스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가득 담겼다. 지난 20년간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끊임없이 달려 나가겠다는 페퍼톤스의 다짐이 드러난다. 첫 가사부터 ‘마치 맨 처음 그날처럼 우린 시작하네. 여전히 그대로 멈추지 않는 낡은 자동차’로 시작한다. 오랫동안 함께 해 준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담겨있다.

‘home’ ‘왜냐면..’ 등 10여년 전에 만들어 뒀지만 당시 준비하던 앨범 분위기와 맞지 않아 발표하지 못했던 여러 곡이 이번 앨범에 들어갔다. 옛날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 같은 마음으로 과거를 회상하며 곡을 골랐다. 이장원은 “10곡을 추리기 쉽지 않았고,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열심히 했네’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페퍼톤스. 안테나 제공

페퍼톤스. 안테나 제공

리메이크 작업에는 잔나비, LUCY, 이진아, 정동환(멜로망스) 등 여러 뮤지션이 참여했다. 신재평은 “10곡을 리메이크 한다는 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다들 흔쾌히 해줘서 놀랐다”고 말했다. “10년 전에 했던 공연에 왔었다고 한 후배 뮤지션도 있었다. 회고록 같은 앨범이 완성됐다.”

이장원은 페퍼톤스를 ‘적립식 펀드’ 같은 밴드로 비유했다. 두 사람이 생각하기에 좋은 음악을 서두르지 않고 ‘준비가 되었을 때’ 차근차근 하나씩 적립하듯 선보이면서 탄탄한 팬층과 함께 페퍼톤스만의 밝고 긍정적인 음악 세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미상을 탔다거나 하는 쾌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기분 좋은 모양’ 그대로 20년간 유지했다는 게 뿌듯하다. 행운이고, 감사하다.”

신재평은 페퍼톤스가 늘 지키고 싶었던 것은 ‘낙관적 메시지를 담은 음악’이라고 했다. “신나는 음악, 들었을 때 쳐지지 않는 음악을 하려고 했다. 위로를 주는 차분한 음악은 또 잘하는 분들이 있다. 처음 하려고 했던 것을 지켜나가면서 그 안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고 싶다.”

페퍼톤스는 오는 6월22~23일 단독 콘서트 ‘파티 플랜티’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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