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주지 못하면 종교 못 살아남아” 맹목적 믿음과 불신을 넘어 가치 재조명

이영경 기자
마인드랩 기획으로 출간된 ‘종교문해력 총서’의 저자들. 왼쪽부터 강성용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부교수,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장진영 원불교 교무, 정경일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불광출판사 제공

마인드랩 기획으로 출간된 ‘종교문해력 총서’의 저자들. 왼쪽부터 강성용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부교수,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장진영 원불교 교무, 정경일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불광출판사 제공

“최근 10여 년간 ‘종교를 믿는’ 신자의 숫자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탈종교’ 현상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물질적 세계 너머의 가치를 지향하고, 삶의 의미와 목적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종교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이해를 요청하고 있습니다.”(조성택 마인드랩 이사장)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서 사이비 교주의 성폭력 등 충격적 행태가 드러나는 한편에서는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맹목적 믿음’과 종교에 대한 외면과 냉소가 교차하는 가운데, 종교의 가치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한 ‘종교문해력 총서’(불광출판사)가 발간됐다. 불교·기독교·이슬람교·원불교 등 종교의 핵심 메시지들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며 붓다·예수·무함마드·소태산 등 각 종교 창시자들의 삶을 중심으로 이들이 가졌던 근본적 문제의식과 해답을 다룬다.

총서는 마인드랩의 기획으로 플라톤아카데미 지원을 받아 출간됐다. 조성택 이사장은 “종교문해력은 ‘이성적 이해’의 측면에서 종교를 재해석하고 소통하는 능력이다. 다문화·다종교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른 종교와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종교문해력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탈종교, 기후변화와 팬데믹, AI 혁명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종교적 의미와 가치를 탐색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총서는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종교),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불교),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기독교),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이슬람교), <소태산이 밝힌 정신개벽의 길>(원불교) 등 총 5권으로 구성됐다.

“깨달음 주지 못하면 종교 못 살아남아” 맹목적 믿음과 불신을 넘어 가치 재조명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가 쓴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는 종교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에 대해 질문하고 답한다.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영성을 추구하는 ‘무종교의 종교’를 언급하며 제도화된 종교가 현대인들에게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한다. 성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에 ‘무종교’라고 응답한 이가 60%가 넘는다. 종교가 자기정체성을 확장하는 깨달음의 체험을 주지 않는다면 미래에 종교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인도 전문가인 강성용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부교수가 쓴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은 붓다가 자신의 시대에 무슨 고민을 했고, 당시 사상가들과 다르게 어떤 발상의 전환으로 해답을 찾았는지 탐색한다. 붓다의 가르침이 온전히 붓다 자신이 고안한 이론은 아니었다는 ‘신선한 해석’을 선보인다. 강 교수는 “불교의 경우 전통의 누적이 너무 두꺼워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통의 무게를 옆으로 던져두고 붓다를 직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책을 썼다”고 말했다.

정경일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연구교수가 쓴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는 예수가 살았던 1세기 팔레스타인의 정치·종교·문화적 상황 속에서 재해석한 예수를 21세기로 소환한다. 정 교수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와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위기, 이런 고통의 시대 속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게 예수는 누구인가를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는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에서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예언자 무함마드로부터 시작한 이슬람교에 대한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다룬다. 박 교수는 “알카에다, 탈레반과 같은 테러리스트만 이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편견과 오해를 넘어 이슬람교에 대한 지식의 깊이를 넓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진영 원불교 교무는 <소태산이 밝힌 정신개벽의 길>에서 원불교의 시작점이 된 ‘평범한 성자’ 소태산 박중빈을 ‘영성가’로 재조명한다. 교세 확장보다 갯벌에 논부터 만들어 경제적 자립부터 추구한 소태산은 물질적 가치에 집착해 방황하는 인생의 중심을 어디에 둬야할지 방향을 제시한다.

책 기획에서 출간까지 3년이 걸렸다. 참여한 저자들도 자신의 종교를 넘어 타종교를 이해하고, 영성을 확장하는 시간이었다. 강성용 부교수는 “기획에 참여하면서 나의 종교문해력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장진영 교무는 “종교 밖의 사람들의 영성에 대한 시대적 요청이 있다. 심층적 종교의 가치를 재발견해내면, 그것을 통해 개인적, 사회적, 생태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종교문해력 총서’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장진영 원불교 교무,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정경일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강성용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부교수,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불광출판사 제공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종교문해력 총서’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장진영 원불교 교무,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정경일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강성용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부교수,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불광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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