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이동식 궁궐’ 한자리에

사진 위_왕과 왕비, 왕세자가 사용하던 연(輦). 사진 아래_대한제국기에 새롭에 등장한 봉교(鳳轎).

사진 위_왕과 왕비, 왕세자가 사용하던 연(輦). 사진 아래_대한제국기에 새롭에 등장한 봉교(鳳轎).

조선시대 왕의 궁궐 밖 행차에는 어김없이 가마가 동원됐다. 왕이 탄 가마에는 가마꾼 수십명이 동원됐으며 수백명의 군사들이 앞뒤에서 호위했다. 백성들의 민원이 있을 때에는 행차를 멈추고 그 자리에서 일을 처리했다. 왕의 가마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이동식 궁궐이었던 셈이다. 임금의 행차를 그린 ‘노부반차도’에는 왕을 비롯한 왕실에서 사용하던 가마들의 행렬이 길게 보인다.

그러나 그 많던 가마들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남아있는 가마는 고작 20여개에 불과하다. 이중 왕실에서 사용하는 가마는 손에 꼽을 정도. 그나마 고·순종 대한제국기에 사용하던 것들이다.

사라져간 왕실의 유물인 가마를 살필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소재구)이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중인 ‘조선왕실의 가마’ 특별전. 지난해 8월 개관전인 ‘달항아리’전에 이은 두번째 기획전이다.

3월말까지 열리는 특별전에는 박물관 소장 여러 가마 중에서도 왕과 왕비, 왕세자가 사용하던 연(輦), 공주 혹은 옹주가 탔던 덩(德應)과 함께 대한제국기에 새롭게 등장한 봉교(鳳轎) 등 3점이 출품됐다. 이와 함께 어가행렬에 위용을 더하기 위해 가마 주변에 배열하던 의장기 7점도 전시중이다.

특히 전시에서는 국내에 단 1점만이 현존하는 교룡기(蛟龍旗·400×340㎝)를 처음 공개해 눈길을 끈다. 교룡기는 어가행렬에서 왕이 타는 가마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던 의장기로 왕을 상징하는 두마리의 용이 그려져 있다.

조선왕조 국가의례에 관한 규정들을 정리한 ‘국조오례의’나 ‘속오례의’, 그리고 ‘춘관통고’와 같은 의례서에는 가마에 대한 규정이 상세히 보인다. 당시의 어가행렬은 막대한 인원과 물자가 동원된 퍼레이드로, 이를 통해 국왕을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식 국가통치체제를 구축하고자 했음을 엿볼 수 있다.

전시기간 중인 6일과 2월3일에는 각각 ‘조선시대의 가마와 왕실의 가마’(정연식 서울여대 교수)와 ‘조선시대 어가행렬’(김지영 서울대 강사)을 주제로 한 특강이 마련된다. (02)3701-7633

〈조운찬기자〉


Today`s HOT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