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속편 ‘궁S’ 궁여지책 안통하네

전작 ‘궁’ 출연진(위)과 속편 ‘궁S’ 출연배우들.

전작 ‘궁’ 출연진(위)과 속편 ‘궁S’ 출연배우들.

제작 과정의 잇따른 악재를 이겨내고 방영에 들어간 지 1개월이 지난 MBC 수목드라마 ‘궁S’가 전작 ‘궁’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전작보다 못한 속편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궁S’는 지난달 10일 첫 방영에서 14.7%(AGB닐슨), 15.3%(TNS)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한 뒤 최근 6~7%대로 추락했다. 1년 전 ‘궁’ 역시 첫 방영 15.6%(AGB닐슨)의 시청률로 비슷하게 시작했지만 상승곡선을 그린 점이 다르다. ‘궁’은 최고 26.6%까지 시청률 상승을 거듭하다 25.6%로 종영했다.

◇전작의 재탕?=전작에 비해 2배 이상인 900평 규모의 세트를 구축한 ‘궁S’는 화면 연출 면에서 ‘궁’에 뒤지지 않는다. 신인 연기자들의 역량 부족이 시청률 부진의 이유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전작의 윤은혜·주지훈 커플도 같은 비판을 받았다.

문제는 전작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한 작품 구성에 있다. 드라마 기획 의도는 “우리의 황실 문화가 끊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연결돼 왔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상력에서 출발한 드라마”라고 명시돼 있다.

‘한층 업그레이드’라는 표현의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은 것이다. 분방하면서 평범한 젊은 남성(또는 여성)이 황실에 들어가 겪는 에피소드, 황위 쟁탈을 벌이는 주인공들 간 갈등, 황실에서 힘겨워하는 주인공을 지원하는 서민 친구들 등 전작에서 보인 구성이 반복될 뿐이다.

반대로 ‘시즌 2’를 추구했으면서도 전작의 주인공들이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있다. 2편에 계속 출연 중인 배우는 시종관 역을 맡은 전수연(‘궁’에서 윤은혜의 훈육담당 상궁) 정도다.

‘미디어세상 열린 사람들’의 옥선희 대표는 “‘궁S’는 전편의 인기 요소였던 캐릭터와 극적 구성을 그대로 답습할 뿐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전작의 인기에 의존한 즉흥적 기획 탓”이라고 지적했다.

◇체계 없는 기획=이전에도 전작에 못미친 드라마는 많았다. MBC의 ‘신입사원’의 바통을 이어받은 SBS의 ‘무적의 낙하산 요원’은 경쟁 채널에 눌려 조용히 스러졌다. 케이블 채널 OCN이 내놓은 ‘가족연애사2’도 전작(평균 시청률 2.4%)에 못미치는 평균 시청률 1.8%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섹스 앤 더 시티’ ‘CSI’ ‘ER’ 등 드라마들이 처음부터 시즌제로 기획된다. 주요 배역은 고정되며, 작품 구성과 내용도 일관성이 유지된다. 보통 24부작으로 주 1회 6개월간 방영된 뒤, 6개월간 다음 시즌을 제작, 이듬해 새 시즌을 방영하는 식이다. 시즌 사이의 6개월간 다음 작품을 위해 철저한 제작 노력이 수반된다.

물론 ‘속편’을 제대로 제작하기엔 우리 현실이 너무 각박하다는 업계의 하소연도 있다. 한 드라마 외주사 관계자는 “첫 시리즈의 인기가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음 시즌’까지 기획하는 모험을 당장 방송사들이 꺼린다”며 “특히 전편에서 인기를 얻을 경우 출연 배우의 몸값이 뛰는 것도 만만치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궁S’ 제작사 그룹에이트도 당초의 시즌2 기획이 체계적이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처음부터 후속을 기획한 게 아니라, ‘궁’이 인기리에 방영되던 중 ‘시즌 2’의 기획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법정 다툼 등이 얽혀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기대에 못미친 셈이다.

배종병 기획프로듀서는 “출연 대상자들과의 이해관계 차이에 따른 캐스팅 실패 및 법정 다툼 등 외부적 요인으로 총 3차례에 걸쳐 기획이 변경됐다”며 “‘시즌제 드라마의 효시’가 될 수 있었던 ‘궁S’가, 어찌됐건 시청자의 기대치를 못채우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관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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