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플·리’ 신드롬

김향미 기자

‘남사친 여사친 관계’ 유행 코드 공감대

‘TV보다 모바일 시청’ 20대 취향 맞춤

모바일 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2 포스터.  연애플레이리스트 공식 페이스북

모바일 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2 포스터. 연애플레이리스트 공식 페이스북

“나 고민 있어.” “뭔데.” “그게… 지금 나한테 신경 쓰이는 남자가 있어. 그것도 두 명이나.”

20대 여자가 20대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에게 연애상담을 하는 장면.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2의 첫 에피소드는 이렇게 시작한다.

대학교 캠퍼스를 배경으로 청춘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요즘 ‘20대가 사랑하는 드라마’로 꼽힌다. 에피소드 한 회당 5~7분가량. 짧은 영상이지만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연플리’로 줄여 부르기도 하는 이 드라마는 지난 3월 공개된 시즌1(총 10회)의 경우 글로벌 조회수 1억뷰를 돌파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시즌2가 제작됐고, 지난 6월 말부터 최근 한 달간 방영된 시즌2(총 10회) 역시 에피소드 한 회당 조회수 200만~600만건을 기록했다. 최근엔 ‘웹드라마 OST’로는 처음으로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에 진입하는 성과도 냈다. 인터넷에선 ‘연플리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돈다. 유명한 배우가 출연한 것도 아니고, 스타 작가가 집필한 것도 아니다. <연애플레이리스트>가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20대 현실 감성”에 젊은 시청자들 공감

<연애플레이리스트>는 시즌1과 시즌2가 이어지는 내용으로 각 에피소드마다 연애와 관련한 20대들의 경험과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연애를 시작하고, 짝사랑을 끝내고 오해 때문에 한 커플이 헤어지는 과정 등을 실감나게 다룬다. 예를 들어 ‘100일을 맞은 20대 연인’은 어떻게 데이트를 할까. 편한 차림으로 집 안에 누워서 TV 보고 배달음식 주문해 먹고, 수다 떨며 산책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연애’에 집중한 에피소드들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동아리 활동이나 해외여행이 어려운 대학생들의 현실도 그린다. 주인공들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내레이션으로 20대 심리를 풀어낸다. 페이스북에서 에피소드 한 회당 댓글 수는 많게는 18만건. “우리랑 똑같다” “연애하고 싶어지는 드라마” “설렌다” “인생 드라마다” 등 공감을 표현하는 댓글들이다.

<연애플레이리스트>는 극중 서연대 경영학과 16학번 남자 주인공 3명과 같은 학번 시각디자인학과 여자 주인공 등 4명이 음악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하는 것을 큰 줄거리로 삼는다.

남자 주인공들을 보면 ‘훈남’ ‘의리남’ ‘연애 못해봤지만 귀여운 남자’ ‘연하남’ 등 기존 드라마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드라마 배경이나 설정 자체가 일상적이고 또래의 신인 배우들이 연기함으로써 캐릭터들이 현실감을 얻는다.

이 드라마는 최근 대중문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들과 여자 주인공의 관계는 ‘남사친 여사친’이다. 이들의 관계에서 애정이 싹틀지가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장치다. 지난달 종영한 TV 드라마 <쌈, 마이웨이>(KBS2)도 ‘남사친 여사친’이라는 관계 설정으로 젊은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남사친 여사친’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젊은층에겐 경제적인 이유든, 가치관의 변화든 결혼이나 연애가 선택사항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고 편하게 오래 만날 수 있는 친구의 관계를 매력적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20대 콘텐츠 소비 방식”에 충실

<연애플레이리스트>는 ‘플레이리스트’라는 제작사가 만들었다. 페이스북·네이버TV·유튜브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선보인다. 제작사는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PC가 모바일로 옮겨갔듯, TV가 모바일로 이동할 것이라 믿는다”면서 ‘모바일 방송국’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플레이리스트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동영상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스노우’에서 별도의 제작팀을 꾸려 만든 제작사다. 스노우는 10~20대가 즐겨 쓰는 앱으로 <연애플레이리스트> 제작진은 소셜미디어 기반의 10~20대의 취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력들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이리스트는 올해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1·2와 10대들의 로맨스를 다룬 <열일곱>을 선보였고 각각 흥행에 성공해 현재 페이스북 팔로어 수만 약 140만명에 달한다.

이 드라마는 가요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시즌2의 OST인 브라더수·유연정의 ‘서툰 고백’을 비롯해 폴킴의 ‘있잖아’와 김나영의 ‘그럴걸’ 등이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에 진입한 것이다. OST 제작사인 스페이스오디티 측은 특히 폴킴의 사례에 주목했다. 싱어송라이터인 폴킴은 그동안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에 이름을 한 번도 올린 적이 없다.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는 “드라마가 그렇듯이 OST도 20대가 가장 좋아할 만한 감성과 가수들을 조합해 제작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오디티 측이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폴킴은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았지만 최근 20대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뮤지션’이다. 드라마도, OST도 20대 맞춤형 콘텐츠인 셈이다.

김 대표는 “전 국민이 세대별로 주로 보는 미디어가 달라졌다. <연애플레이리스트>의 흥행과 더불어 OST도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소셜미디어가 콘텐츠 시장에서 더 이상 ‘뉴’미디어가 아니라 영향력 있는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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