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RA 보조금 ‘미국차 몰아주기’…현대차·기아 결국 ‘0달러’

지급 대상 16종 공개…모두 미국 브랜드, 외국 차량은 없어

현대차 “당분간 테슬라·포드 등과 경쟁서 불리” 대응 부심

미국 정부가 1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보조금을 지급하는 친환경차 16종을 공개했지만 현대자동차그룹 등 한국산 모델은 한 대도 들지 못했다.

반면 미국차는 거의 모두 포함됐다. 독일과 일본 자동차들도 줄줄이 보조금 대상에서 빠진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미국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정상 세액공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BEV)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차 명단을 공개했다. 전기차에는 테슬라 모델3, 포드 F-150 라이트닝, 쉐보레 볼트 등 16종이, PHEV에는 포드 이스케이프, 지프 그랜드 체로키 등 6종이 포함됐다.

지난해 8월 미국 정부가 IRA를 시행한 직후 나온 명단에는 총 41종의 친환경차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나왔으나 22종으로 줄었다. 이달 초 재무부가 밝힌 IRA 세부 지침에 따라 명단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3750달러, 미국 및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에서 추출·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사용해야 3750달러를 지급하도록 했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되는 제네시스 GV70는 북미 생산 조건은 만족하지만,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이번 지원 명단에서 빠졌다.

특히 기존에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던 폭스바겐, 아우디, BMW, 닛산 등 독일·일본 완성차 업체의 차량들은 모두 이번 명단에서 제외됐다. 폭스바겐·닛산의 경우 북미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으나 배터리·부품 요건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브랜드 중에선 리비안이 들어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친환경차는 모두 미국 업체 차량으로 채워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외국 브랜드는 단 한 대도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새로운 전기차에 대한 세금 감면을 받으려는 소비자는 이제 훨씬 더 좁은 선택지에 직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일단 2025년 완공 예정인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는 게 우선이다.

또한 IRA 규정을 적용받지 않게 된 리스차량 같은 상업용 자동차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나아가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 중인 GV70 탑재 배터리를 북미산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가 SK온과 합작한 현지 배터리 공장은 2026년부터 양산이 시작된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일본 회사들과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하게 돼 그나마 다행인 점도 있지만 당분간 테슬라·포드 등 미국 업체들에 비해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