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300억원, 1년 뒤 5조2700억대…삼성바이오 ‘고무줄 같은’ 자회사 가치

임지선 기자

자회사 가치자회사선 이익 창출 부정적일 때 ‘DCF모형’ 희망적 수치 장부 반영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둘러싸고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 평가가 제대로 됐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평가 대상이 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조차 앞으로 이익을 낼 가능성을 낮게 봤다는 점에서 이익이 과대 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를 5조2726억원으로 평가했다. 전년도 장부에 기록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3300억원이었다. 불과 1년 사이 16배가량 뛰었다. 91.2%의 지분율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져 가는 이익은 4조8086억원이라고 했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제품의 매출 및 현금 흐름 전망에서 성공 가능성을 감안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66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5조원의 가치를 계산해낸 모형은 ‘현금흐름할인모형’(DCF)이었다. DCF란, 미래의 예상되는 이익을 적절한 할인율을 반영해 현재 가치를 산정하는 모형이다. 주로 비상장 회사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보통 상장회사라면 주가를 기준으로 회사 가치를 따질 수 있지만 비상장사의 경우 가치를 평가할 기준이 없어 이 방법을 쓴다.

홍순탁 회계사는 “DCF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어떤 변수를 근거로 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가 고무줄일 수 있어 객관성이 떨어지는 방법”이라며 “2015년 당시나 작년에도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회사가 갑자기 미래 이익이 엄청나게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DCF 방법으로 가치를 평가할 수는 있어도 이를 장부에 반영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평가 대상이 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조차 자신들이 앞으로 이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는 점에서 의혹이 더 커진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1641억원의 이연법인세자산을 계산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향후 예상연평균이익이 각 회계연도에 소멸되는 이월결손금 및 세액공제이월액에 미달해 이연법인세자산의 실현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적시돼 있다. 앞으로 10년간 법인세를 상쇄할 만한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전망한 것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더 확실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진이 이익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데 오로지 삼성바이오로직스만 어마어마한 이익을 낼 것이라고 평가한 것”이라며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자의적으로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의성 여부가 문제이지 평가 자체를 잘못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최종학 서울대 교수는 “미래에 얼마를 버는지 알 수 있음에도 이를 고의적으로 부풀렸다고 해야 문제가 되는 것이지 DCF를 적용했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문제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는 오는 17일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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