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달러 강세 지속…원·달러 환율 4분기 정점 전망

이윤주 기자

당분간 달러 강세 환경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중국의 전력난 및 헝다그룹 사태 등이 대외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어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기조가 긴축 쪽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달러화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웃돌 수 있지만, 추세적으로 오르기보다는 4분기에 정점을 찍고 둔화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 내린 달러당 1193.8원에 마감했다. 전날 장중 120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면하게 됐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하락전환했다. 이날 오전 미국 하원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12월 초까지 4800억달러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9월 중국의 수출증가율이 시장 전망치를 웃돈 점도 시장을 안정시켰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한때 1200원을 넘어서며 약 15개월만에 1200선을 터치했다. ‘원·달러 환율 1200원’은 한국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가늠하는 의미있는 숫자로 볼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넘어 추세적인 상승을 보였던 때는 대내외 위기가 발생했던 시기”라며 “IT 버블 붕괴 및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그리스 재정위기 등 국내 경제 펀더멘털이 크게 훼손된 국면에서 1200원선을 넘어 등락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당분간 원화 약세·달러 강세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환율 상승을 이끄는 악재들이 해소되지 않고 당분간 계속 쌓여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 위기를 해소하는데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다, 전력난이 지속되면서 중국 경기가 둔화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경기가 얼어붙을 경우 한국의 경기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고,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도 가속화할 수 있다. 또 물가상승압력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점도 달러 강세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200원을 웃돌 가능성이 열려 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강달러 압력을 조장하고,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해 단기적으로 1200원 위로 오버슈팅 가능성을 열어둔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연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11월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까지 원·달러 환율은 1180~1205원의 높은 레벨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경제가 비교적 안정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추세적으로 1200원을 뚫고 올라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김찬희 연구원은 “내년 연초 이후에는 에너지 수급난이 완화되며 인플레 경계가 시차를 두고 약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명확한 테이퍼링 일정과 규모를 밝힌 이후 시장이 차분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서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를 초래한 우려들은 대부분 올해 4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6월 이후 환율 추이. 한국은행 제공.

6월 이후 환율 추이.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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