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기업 향한 ‘묻지마 투자’ 끝났다, 수익 못 내면 ‘죄’…냉정한 평가 시작

이윤정 기자

3일 실적 쇼크 ‘메타’ 주가 폭락

4거래일 연속 상승 나스닥에 찬물

페이팔·스포티파이 등 동반 급락

FT “기술주 옥석가리기 본격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고공행진하던 ‘테크기업’들의 가치가 시험대에 올랐다. 메타(옛 페이스북)발 어닝 쇼크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를 1년 만에 최악의 내리막길로 이끌었다. 각국 봉쇄와 초저금리 기조 속에 기술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냉정한 평가로 돌변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진단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74% 급락한 13878.82에 장을 마감했다. 2020년 9월 이후 1년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새해 들어 뉴욕 증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예고 속에 고전해왔다. 최근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호실적에 힘입어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탔지만 메타의 실적 발표는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메타의 4분기 순이익이 102억9000만달러(12조4400억원)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109억달러)보다 적은 데다 전년 동기(112억2190만달러)와 비교해 8% 감소했다. 메타 주가는 사상 최대폭인 26.4% 폭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증발한 메타의 시가총액(2500억달러 이상)이 2020년 8월 애플 주가 폭락 당시 시가총액 손실(1800억달러)보다 큰 규모로, 미국 상장사 손실 중 가장 큰 액수라고 전했다.

메타뿐 아니라 간편결제업체 페이팔(-6.24%),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16.8%) 등 실적 전망이 어두웠던 테크기업들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기술주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공포가 번지면서 아마존(-7.8%), 마이크로소프트(-3.9%), 알파벳(-3.3%) 등 빅테크주와 엔비디아(-5.1%), 퀄컴(-4.8%) 등 반도체주까지 동반 하락했다.

투자사 RNC젠털캐피털매니지먼트의 대니얼 젠터 최고경영자(CEO)는 “빅테크 기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용서 수준이 낮아졌다”면서 “이사회가 죄(낮은 실적)를 고백하면 주주들은 절대 용서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적 충격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이날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인상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채권 매입 속도를 늦추는 등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서겠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냉정함을 되찾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쏟아진 현금으로 테크기업들에 ‘묻지마 투자’가 이뤄졌지만, 이제 수익성이 없는 테크기업을 가려내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설명했다.

영국 금융업체 아버스넛레텀의 그레고리 퍼던 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 투자자들은 아직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주와 수익성이 없는 기술주를 구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