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쇄신은 새 얼굴이, 글로벌 개척은 창업자가

이윤정 기자 yyj@ kyunghyang.com

네이버·카카오 닮은꼴 행보

최수연 신임 대표

최수연 신임 대표

한국 IT 공룡 기업의 공통 목표 ‘신사업 확장·해외 활로 찾기’
투 트랙 전략은 과연 통할까

‘경영 쇄신’과 ‘세계시장 개척’. 한국 정보기술(IT) 업계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약속이나 한 듯 최근 목표로 내건 ‘두 마리 토끼’다. 새로 선임된 경영진은 신사업과 회사 살림을 맡고, 창업자는 글로벌 사업 전면에 뛰어든다는 점도 닮았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네이버)와 경영진 주식 ‘먹튀’ 논란(카카오)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것까지 유사하다. 두 ‘공룡기업’은 이제 국내의 온라인플랫폼 규제 움직임 속에 해외시장 활로 개척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남궁훈 대표 내정자

남궁훈 대표 내정자

■ MZ세대·소통왕, ‘새 대표’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항로 개척을 앞두고 각각 새 선장을 들였다. 네이버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리더십을 내걸었다. 지난 1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1981년생 최수연 신임대표(41)를 선임했다. 네이버의 주요 임원을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로 직행한 만큼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학교 토목공학 학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사를 취득했고 미국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석사(LL.M) 과정을 마쳤다. 2005년 네이버에 입사했다가 2009년 퇴사한 뒤 미국 등에서 변호사로 활동했고, 2019년 네이버에 재합류했다.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로 일해온 만큼 세계시장을 공략할 적임자로 꼽힌다. 네이버 내·외부 모두에서 일해본 경험 덕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MZ세대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젊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규 사업 개발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카카오는 게임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단독 대표로 내정했다.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예정이지만 이미 그는 직원들과 교류를 넓히고 외부에도 향후 카카오의 미래상을 제시하며 차기 대표로의 행보를 시작했다. 웹, PC, 모바일 등 게임 플랫폼의 변곡점마다 성공을 거둔 그에게는 해결사, 미다스의 손, 남궁훈 효과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회사 내에서 ‘소통왕’으로 불린다. 활기차고 유쾌한 성격을 바탕으로 직원들과 편하게 소통하고 유머와 농담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지난해 말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회사 지분 900억원어치를 한꺼번에 매도하고 차익으로 878억원을 챙긴 사건 때문에 주가가 급락하고 신뢰가 추락하자 이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해진 GIO

이해진 GIO

■ 세계시장 개척 나선 창업자들

네이버가 MZ세대 대표를 선임한 날, 카카오는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직접 글로벌 사업을 챙기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시장과 모바일을 넘어 카카오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의미로 ‘비욘드코리아, 비욘드모바일’이라는 미래 키워드도 정했다. 김 의장이 ‘비욘드코리아’를 맡아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남궁 대표 내정자가 ‘비욘드모바일’을 맡아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 주력하는 ‘투트랙 체제’를 여는 것이다.

김 의장이 이사회에서 물러나 해외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은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행보와 닮아있다. 이 GIO는 2017년 3월 이사회 의장과 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해외 사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는 2020년 일본에서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Z홀딩스의 합병을 성사시켜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과 ‘국민 검색 포털’ 야후재팬 통합 성과를 내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를 바탕으로 아직 일본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커머스와 핀테크 등 IT금융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범수 의장

김범수 의장

네이버는 북미, 유럽, 동남아 등지에서도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가입자 수는 최근 3억명을 넘어섰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 곳곳에 네이버웹툰이 진출해 현지 웹툰 앱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인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카카오톡이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신규서비스보다는 콘텐츠와 IP(지적재산권)를 중심으로 해외전략을 짤 계획이다. 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K콘텐츠’를 활용해 카카오의 입지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를 축으로 한 블록체인 사업, 그라운드X가 주도하고 있는 대체불가토큰(NFT) 사업 등도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김 의장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일본을 글로벌시장 확대 교두보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NHN 재직 시절이던 2000년 한게임 재팬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일본시장을 개척했다. 2017년부터 카카오픽코마(당시 카카오재팬) 사내이사를 맡아 일본에 재도전했고, 현재 ‘픽코마’는 일본 웹툰 업계 1위에 올라 있다. 카카오는 해외 법인 42개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벌이던 해외 전략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방법도 고민 중이다.


Today`s HOT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불타는 해리포터 성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