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고령층 ‘못 받고’ 고령층 ‘모자라고’…위기에 구멍 더 커진 ‘소득보장’

이창준 기자

KDI 보고서 ‘코로나19 이후의 소득보장체계 구축방향’

코로나19 등 경제 비상 상황서 ‘사회안전망’ 역할 충분히 못해
근로연령 빈곤가구 30%, 기초생활급여 등 소득 지원 ‘사각지대’
“실업부조·근로장려금의 대상 확대 등 ‘경기대응성’ 강화해야”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보장정책이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전체 근로연령 빈곤가구 10명 중 3명은 코로나19 첫해 기초생활보장급여와 같은 기존 소득보장정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비고령층 빈곤가구를 중심으로 지원 대상 사각지대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 비고령층 빈곤가구 30% 지원 못 받아

이영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지난 21일 KDI포커스를 통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의 소득보장체계 구축방향’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5세 이하 근로연령 빈곤가구의 경우 근로·자녀장려금이나 기초생활보장급여 등 소득지원을 받지 못한 비율은 전체 29.8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고령 빈곤가구 중 기초연금이나 공적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등을 전혀 받지 못했던 비율은 2.9% 수준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65세 이상은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수급 대상인 까닭에 고령층 빈곤가구는 근로연령 빈곤가구에 비해 누릴 수 있는 지원 혜택이 더 많다. 문제는 비고령층이다.

비고령층은 마땅한 소득지원책이 없다.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주된 지원 대상이 근로연령 빈곤가구인 근로·자녀장려금은 전체 근로연령 빈곤가구 중 43.78%에만 지급됐다. 같은 기간 고령층에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고령 빈곤가구 중 76.6%에 지급됐다.

소득보장제도 혜택이 고령층에는 비교적 잘 제공되고 있지만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지원을 받은 이후에도 고령층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이 고령층이 받을 수 있는 소득지원별 빈곤 완화 정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기초연금만 단독으로 받는 고령층 빈곤가구가 소득지원을 받은 이후 빈곤갭률이 40.5%로 집계됐다. 빈곤갭률은 빈곤층을 정의하는 소득 수준인 중위소득의 50%를 기준으로 빈곤 정도를 측정한 수치로, 빈곤갭률이 클수록 그 가구의 소득은 더 낮아진다. 예컨대 2020년 균등화 중위소득(3018만원) 기준으로 보자면 기초연금 지원을 받는 고령층 빈곤가구의 연소득은 898만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기초연금을 기초생활보장급여와 함께 받는 고령층 빈곤가구는 빈곤갭률이 41.3%로 파악됐다.

2020년 균등화 중위소득 기준으로는 연소득이 886만원가량 된다.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급여를 함께 받는 고령층 빈곤가구의 경우는 빈곤도가 가장 심한 계층이라 두 가지 지원을 함께 받아도 빈곤 개선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 연구위원은 “고령 빈곤층은 기초연금으로 인해 지원의 사각지대는 없지만 빈곤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지원 수준의 충분성이 확대돼야 한다”며 “수급 대상을 노인의 일정 비율로 설정하는 현재의 방식 대신 노인 빈곤 해소에 집중한 (실질적인) 고령층 지원이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근로연령층 지원 강화해야”

기존 소득보장정책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사회 전반적인 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지역실업률이 1%포인트 오를 경우 인구당 긴급복지지원금액은 5700원 오르는 데 그쳤으며 기초생활보장급여는 오히려 21만원가량 줄어들었다.

다만 이 경우 실업급여 지출액은 연간 52만4100원 증가하는 등 실업급여를 중심으로 경기 대응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고용보험 가입자에 한해 지급되는 실업급여는 전체 근로연령층의 경제적 어려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9년 기준 전체 취업자 수 대비 고용보험 가입률은 49.4%에 불과하다.

이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경기 상황에 따라 소득에 큰 영향을 받는 근로연령 빈곤가구에 대해서는 기존 실업부조와 근로장려금의 대상을 더 확대하는 방식으로 경기대응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형 실업부조가 최근 도입됐지만 아직은 지원이 좁은 편”이라며 “(근로연령 빈곤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취업지원 서비스를 내실화하고 함께 유자녀 가구에는 추가적인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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