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비계데이

“‘한돈 상표’ 특별한 줄 알았더니…그냥 국산 삼겹살에 비계 덩어리” (3)

정유미 기자

한우처럼 ‘돼지고기 등급제’ 있지만 유명무실

1등급이라도 섞어 팔고 맛·품질 차이도 몰라

유명 브랜드 한돈업체 가격담합 의혹도 제기

서울 양재동에 사는 주부 강모씨(38)는 ‘삼겹살데이(3월3일)=비계 잔칫날’ 논란에 또 한번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1위 업체인 ‘도드람’ 브랜드를 믿고 삼겹살을 샀는데 1㎏팩 상품의 밑바닥에 비계 덩어리가 60% 이상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도드람 한돈은 삼겹살데이 행사에서도 할인율이 50%가 아닌 35%로 낮았다”며 “가격이 비싸도 삼겹살 비계가 적고, 품질이 좋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큰 실망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 브랜드 한돈 업체들이 과지방 삼겹살을 팔고도 뒷짐만 지는 태도여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유통업체들이 삼겹살 비계 문제가 불거지자, 서둘러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은 것(경향신문 3월 14일자 17면 보도)과 달리 한돈 업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삼겹살 데이에 도드람 한돈이 판매한 제품.

삼겹살 데이에 도드람 한돈이 판매한 제품.

16일 축산·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를 비롯해 쿠팡 등 유통업체들이 고물가 시대 대규모 삼겹살 할인행사에 나선 것은 ‘삼겹살데이’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데다, 코로나 19 사태 후 처음 마스크 없이 펼쳐진 만큼 고객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고 돈육 농가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삼겹살=비계 덩어리”는 소비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삼겹살의 ‘고기와 비계 비중’을 철저히 검수하는 등 반품과 환불을 약속했다.

하지만 삼겹살 비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유명 브랜드 한돈 업체들은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반으로 접어서 랩으로 꽁꽁···열어보면 반 접힌 아래쪽은 살 없는 비계만” “작업 지시를 받고 가공 포장한 근로자들의 증언을 확보해 단체소송 해야 한다” “납품업체 아웃시켜라” “국회는 일 좀 해라. 포장할 때 못 봤을 리가 없다. 이건 고의다”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한돈 업체가 포장해서 납품하는 삼겹살은 육안으로만 확인할 수 있어서, 내부 비계 함량이 높아도 검수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납품업체의 작업 공정을 믿고 판매할 수밖에 없고 반품과 환불 부담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한돈’이라는 상표를 앞세운 브랜드 제품이라도 돼지고기는 소고기와 달리 ‘고기와 비계의 비중’을 구분하기 기준이 따로 없다는 사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우는 근내 지방도·육색·지방색·조직감·성숙도 등에 따라 ‘1++, 1+’ 등으로 등급을 촘촘히 평가하고 있다. 반면 돼지고기는 도축 후 2분의 1로 자른 뒤 등지방 두께만으로 등급을 나눠 품질과 맛의 차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한돈 업계 관계자는 “소고기는 마블링 등에 따라 맛이 달라 가격에 차이가 있지만 한돈은 솔직히 등급과 상관없고 표시도 하지 않는다”며 “1등급이라고 해도 일반 돼지고기와 섞어 팔기 때문에 등급 판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모든 국내산 돼지고기를 ‘한돈’이라고 부르는 만큼, 브랜드 제품이라고 비계 덩어리를 깔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브랜드 한돈 삼겹살 가격이 일반 삼겹살보다 비싼 문제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대형마트의 삼겹살은 도드람 등 ‘브랜드 한돈’과 ‘국내산 돼지고기’로 나뉘어 판매되고 있다. 특히 한돈은 대부분 업체에서 직접 생산 공정을 거쳐 포장 판매하는데 일반 국내산 제품보다 100g당 가격이 5~10%가량 비싸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하림 계열사 선진포크나 하이포크 등 대기업 제품의 가격이 비싼 것은 브랜드 관리와 판촉 비용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라며 “시중에 판매되는 삼겹살 등 돼지고기는 등급과 상관없이 섞어 팔기 때문에 비싸다고 맛과 품질이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브랜드 한돈 업체들의 가격 담합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직장인 장모씨(48)는 “한돈이라는 상표만 믿고 샀는데 비싸게 기름 덩어리를 팔아놓고도 나몰라라 한다니 사기를 친 게 아니냐”며 “돼지고기 등급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하는 교묘한 수법에 언제까지 농락당해야 하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삼겹살 부위가 아닌  도체상태에서 등급을 나누기 때문에 고기와 비계 비중을 판별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삼겹살 부위가 아닌 도체상태에서 등급을 나누기 때문에 고기와 비계 비중을 판별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유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삼겹살 사진

유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삼겹살 사진

유명 브랜드 한돈 삼겹살(200g)을 구운 프라이팬. 독자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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