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위축에 건설기업·비은행권 부실위험 증가”

이윤주 기자
지난 2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 2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최근 미분양물량이 급증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일부 건설기업, 비은행권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한은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건설업 72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벌어들인 영업이익만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 기업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36.1%로 2021년 말(28.9%)보다 늘었다. 같은 기간 유동성 우려 기업 비중도 13.3%에서 18.1%로 증가했다. 유동성 우려 기업은 1년 이내에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가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보다 많은, 유동비율 100% 미만 기업을 의미한다.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지난해 9월 말 107.9%로, 2021년 말(97.4%)보다 상승했다. 전반적으로 건설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나빠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부채가 자기자본의 200%를 초과하는 과다부채기업 비중은 19.4%로 2021년 말(27.7%)보다 줄었다. 한은은 “최근 부동산 경기 위축, 미분양주택 증가 등 건설업 영업환경 악화로 건설기업의 부실위험이 소폭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부 건설기업의 경우 상당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경우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채무보증은 건설기업의 재무상태표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이지만, 차주가 빚을 갚지 못해 보증주체인 건설기업이 대신 상환·매입할 경우에는 재무상태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상장 건설기업 중 32개 기업이 PF대출·유동화증권에 대한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자기자본의 2배를 초과하는 PF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었다.

한은은 “중소 건설기업의 경우, 재무비율이 양호하더라도 부동산 PF관련 유동성 충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분양을 통해 자금이 공급되어 최종 청산되는 부동산 PF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부동산 PF 부실 예방 및 건설사의 재무위험 완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부동산경기의 연착륙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부동산 PF 규모를 늘린 비은행권 역시 부실 위험이 우려된다.

비은행권 전체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115조5000억원으로, 대출이 91조2000억원, 유동화증권 채무보증이 24조3000억원이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경우 지난해 9월말 부동산·건설업 대출 규모가 2017년 말보다 4.2배 폭증했을 정도로 가파르게 늘었다.

이에 따라 PF대출 상환 부담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대출의 자산건전성이 대부분 업권에서 악화됐다. 특히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1년 말 3.7%에서 지난 9월 말 8.2%까지 상승했다.

한은이 사업장별 주요 지표를 점검한 결과, 비은행권이 참여한 PF 사업장의 위험 수준은 지난 2020년 말 이후부터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가격 하방 압력, 사업진행 정도, 시공능력 등을 감안해 사업장별 위험 점수를 산출한 결과 평균 점수가 지난해 9월 67로 2020년 53.7보다 높아졌다. 100에 가까운 사업장일수록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한 사업 중단이나 지연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은은 비은행금융기관 전반의 자본 비율은 규제 비율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심각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예외적 상황에서는 규제 비율을 하회하는 금융기관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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