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35년 내연차 퇴출, e퓨얼만 예외”···‘포르셰 웃고, 페라리 울고’

박순봉 기자
2022 국가별 및 브랜드별 전기차 판매량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2022 국가별 및 브랜드별 전기차 판매량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엔진을 얹은 신차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합성연료(e퓨얼)를 쓰는 내연기관차의 판매는 예외로 열어뒀다. 독일 등 내연기관차 강국이 ‘2035년 내연기관 퇴출’에 제동을 걸면서 작은 ‘탈출구’가 생겨난 셈이다.

포르셰 칠레 e퓨얼 공장  포르셰 제공

포르셰 칠레 e퓨얼 공장 포르셰 제공

그러나 현재로선 합성연료는 친환경적이기는 하나 에너지 소모량이 커서 가격이 매우 비싸다. 고가의 일부 차량에만 적용될 수밖에 없어서 내연기관차 퇴출이란 큰 흐름에는 변화를 주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가면 세계 승용차 시장은 일반적인 전기차 중심에다, 일부 고급 내연기관차로 나뉘게 된다.

지난 27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e퓨얼은 허용’에 합의했다고 EU 의장국인 스웨덴 대변인이 밝혔다. EU 에너지장관들은 집행위의 결정을 받아 28일 이사회에서 합의안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집행위에 속한 독일이 막판까지 비토권을 행사한 결과 ‘e퓨얼 허용’이라는 예외 조항이 생겨났다. 독일, 이탈리아 같은 EU 내 전통차 강국들은 전면적인 내연기관차 퇴출에 반대해왔다. 전기차 시대로 갈수록 이들의 지위가 낮아지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의 테슬라, 중국 전기차 기업들,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선제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동차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이에 독일 등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고 노력해왔다.

e퓨얼 만드는 개념도.   출처: e퓨얼 얼라이언스

e퓨얼 만드는 개념도. 출처: e퓨얼 얼라이언스

EU는 e퓨얼을 쓰는 내연기관차를 새로운 분류로 등록할 예정이다. 전기차, 내연기관차처럼 예를 들어 ‘합성연료차’라는 항목을 만드는 셈이다. e퓨얼을 쓰는 내연기관차가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 지도 명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e퓨얼은 내연기관차 생존에 결정적 변수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e퓨얼은 전기분해로 만든 수소와 대기 중 포집한 탄소를 결합해서 만든 합성연료다. 생산할수록 대기 중에 탄소 농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적 요소가 일부 있다. 다만 합성연료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 소모량이 전기차에 5~6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격이 매우 비싸고, 생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친환경이 될 수 있느냐는 의구심도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e퓨얼은 보완재에 그칠 것으로 본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수소와 탄소를 포집해서 혼합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기술”이라며 “난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정작 독일의 BMW나 포르셰는 전동화를 진행하고 있어서 e퓨얼은 보완적일 뿐이지 (전기차 전환이라는)대세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35년에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하기에는 배터리 수급이 부족할 수 있고, 전기 생산 과정이 실제 친환경적이냐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면서도 “e퓨얼은 생산 원가만 놓고 보면 너무 높기 때문에 전기차 전환을 지연시키는 정도”라고 말했다.

포르셰 GT3.  포르셰 제공

포르셰 GT3. 포르셰 제공

e퓨얼을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또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독일 포르셰가 대표적이다. 포르셰는 지난해 12월 칠레 e퓨얼 생산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포르셰는 고성능, 고가의 차량으로 e퓨얼을 통해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성능 M 시리즈를 만드는 BMW그룹 올리버 집세 회장도 합성연료에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집행위는 독일에 약속한 관련 후속 법안에는 합성연료 차량의 이산화탄소 감축 기여를 위한 엄격한 요건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합성연료 차량의 경우 휘발유, 디젤 등 합성연료가 아닌 다른 연료를 주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 특별 장치가 탑재돼야 한다는 게 집행위의 구상이다.

독일은 웃은 반면 ‘바이오연료’ 인정을 주장한 이탈리아는 외면당했다. 이탈리아는 유기체에서 얻는 기름 등을 활용해 만든 바이오연료 사용 신차에 대한 예외 판매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EU는 바이오연료의 경우 태생 자체가 탄소 배출과 연관이 있는 동식물 산업과 직·간접적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추후에라도 포함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대차그룹도 e퓨얼에 대비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부터 에너지 화학 기업인 아람코와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와 e퓨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탄소중립 모빌리티의 최종 목표는 완전한 배터리 전기차로의 전환이지만 기술이 전환되는 과도기에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기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친환경 합성연료와 초희박 연소 엔진의 조합을 통한 환경 친화적 내연기관 기술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속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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