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대체육의 미래

‘대체 식품’은 막을 수 없는 ‘대세 식품’…낡은 규제 풀고 서둘러 대비해야

하상도 교수

최근 식품시장에서는 ‘대체(代替) 음식’이 대세다.

여기에 건강을 상징하는 ‘식물성’, 코로나19 사태로 면역의 중심으로 부상한 ‘단백질’ 바람이 불면서 대체육이 핫한 미래 먹거리로 뜨고 있다.

특히 동물성 고기를 식물이나 미생물, 곤충, 배양육 등으로 대체하는 ‘대체육(肉)’과 우유를 대체하는 식물성 ‘대체유(乳)’가 각광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3차원(D) 프린팅을 활용하거나 다양한 소재들로 육류를 대체하는 대체단백질의 빅 마켓도 열리게 됐다.

여기에는 단순히 기존 먹거리 대체에 그치는 산업적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전염성 질병의 주원인인 육류에 대한 거부감 해소, 고기 자체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감소, 환경보존, 동물복지, 지속 가능한 개발 등 많은 장점을 동시에 얻는 등 대체 식품이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요즘 전 세계 식품업계의 신제품 개발 타깃이 비거니즘, 대체육 등 신(新)식품의 혁명에 맞춰져 있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환경을 손상시키며 얻어왔던 가축 단백질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축산업으로 단백질을 얻는 데에는 식물에 비해 물이 4~25배 더 필요하고 화석연료도 6~20배 더 들기 때문이다.

대체육은 2013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배양육 햄버거 형태로 선보였다. 배양육은 실험실에서 동물의 줄기세포로 대량 배양해 일반육의 주요 성분(근육, 지방 등)을 동일하게 구현한 시험관 고기를 말한다. 인류는 대대적인 도축 없이 고기를 얻을 수 있다는 도덕적 측면,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환경적 측면,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 전염병으로부터 해방된다는 보건적 측면에서 유리한 배양육에 주목하고 있다.

2020년 11월 가축의 근육 세포를 배양해 만든 배양육이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 정부의 식용 승인을 받았고 미국 잇 저스트도 2017년부터 배양육 치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육류 대체식품 시장은 최근 급성장 중인데 2040년 전체 육류 시장의 35%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영국이 현재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 롯데, 대상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대체육을 준비하고 있긴 하나, 아직 규제에 갇혀 배양육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대체육의 시장 진입을 원론적으로는 허용하겠지만 단기에는 현재의 법 테두리 내에서 팔 수 있는 식물성이나 이미 허용된 곤충만을 활용하게 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게다가 이를 시장 성장의 돌파구로 생각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가축 이외의 고기를 반대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엄격한 안전성 규제를 견지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간에 다른 입장을 보이며 시간을 끌게 될 것이다.

결국 유전자를 다루는 생명공학 기술로 만들어졌거나 실험실에서 식품첨가물로 사용할 수 없는 혈청 등의 성분이 들어간 배지로 키운 배양육은 시장으로 쉽게 나오지 못할 것 같다.

우리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대체 식품, 대체 음식의 거센 바람에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안전성 평가를 완화해 신기술 개발을 장려하면서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전향적인 규제가 바람직할 것이다. 즉 무엇으로 만들어진 대체육인지를 라벨에 표시해 소비자가 꼭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상도 교수

[기고 - 대체육의 미래] ‘대체 식품’은 막을 수 없는 ‘대세 식품’…낡은 규제 풀고 서둘러 대비해야

식품의 안전성, 규제를 탐구하는 교육자이자 과학자. 현재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사)한국식품안전연구원 원장, (사)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 (사)한국식품안전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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