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여 전 4대 그룹은 왜 전경련을 탈퇴했나···국정농단 사건 후폭풍

박순봉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연합뉴스

4대 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한 계기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이다.

전경련은 2015~2016년 국정농단 사건의 단초가 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깊숙이 개입했다. 기업들로부터 강제로 모금한 돈을 두 재단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르재단에 496억원,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의 재정 지원이 이뤄졌다.

두 재단의 실질적 운영자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비선실세로 불렸던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였다. 어떤 대기업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후원받을지 결정하는 역할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했다. 이렇게 모금한 돈의 일부는 최씨가 사적으로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은 정권과 기업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며 불법에 적극 가담했다.

이 무렵 전경련이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차명계좌로 5억원 이상 입금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며 배후에서 후원자 노릇을 한 셈이다.

전경련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도 정경유착의 핵심에 있었다.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세운 일해재단 자금을 모금한 사실이 발각됐다. 1995년에는 재계가 전경련을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을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1997년 23개 대기업이 한나라당 대선자금을 불법 모금한 ‘세풍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이후 국내 경제단체들 중 맏형격이었던 전경련의 위상은 처참히 무너졌다. 삼성·현대자동차·SK·LG가 연쇄적으로 전경련을 탈퇴했다. 전경련은 조직의 존폐를 논의하는 총회까지 열었다. 결과적으로 해체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전경련 운영비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던 4대 그룹의 돈줄이 끊기면서 재정적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들어 전경련은 정부 주관 행사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빈자리는 대한상공회의소가 메꿨다. 전경련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 대통령실 주관 행사에 재계를 대표에 참여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에는 6개월짜리 회장직무대행을 수행 중인 김병준씨가 있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김씨가 부임한 이후 전경련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도 김씨 부임 이후 갑자기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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