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갑질’ 브로드컴, 191억 과징금

이호준 기자

공정위 “법 위반한 점 명확” 판단
삼성, 민사 손해배상 소 제기 계획
브로드컴은 ‘취소 행정소송’ 대응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선적 중단과 기술지원 중단 등을 이용해 삼성전자를 압박, 자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장기 계약(LTA)을 강요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공정위는 브로드컴 미국 본사와 한국·싱가포르 지사 등 4개 사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행위(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91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0년 3월 브로드컴의 RFFE(통신 주파수 품질을 향상하는 부품)와 와이파이·블루투스 관련 부품을 2021년부터 3년간 매년 7억6000만달러어치 이상 구매하고, 구매 금액이 그에 못 미치면 브로드컴에 차액을 배상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삼성전자가 경쟁업체로 이탈하지 못하도록 삼성전자에 대한 부품구매 주문 승인 중단, 선적 중단, 기술지원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해 장기계약 체결을 압박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의 선적 중단 등의 조치로 인해 브로드컴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부품 다원화 전략 포기, 부품 단가 인상 등으로 최소 1억6000만달러(약 2137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브로드컴은 심의 과정에서 해당 계약이 자발적으로 체결된 계약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브로드컴은 특히 부품 공급업체로서 삼성전자에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고, 삼성전자가 부품 구매에 관한 구두 약속을 여러 차례 파기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려면 장기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코보·퀄컴 등 경쟁사를 배제할 목적으로 삼성전자에 장기계약 체결을 강제했으며 내부적으로도 구매 주문 승인 중단 등 자사 결정을 ‘폭탄 투하’ ‘핵폭탄’ ‘기업 윤리에 반하는’ ‘협박’이라고 인식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2021년 8월까지 삼성전자가 장기계약 이행을 위해 구매한 부품 금액 8억달러 전액을 관련 매출액으로 보고 부과율 상한인 2%를 적용해 과징금을 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위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향후 브로드컴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경우 공정위가 확보한 증거 자료를 소송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의 LTA 강요로 추가 비용 등 3억2630만달러(약 4375억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기술 혁신의 핵심 기반 산업이자 연관 시장 파급효과가 큰 반도체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경쟁 여건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추후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의결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필요시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판결을 거쳐 확정된다.

삼성전자 역시 브로드컴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전망으로 향후 법정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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