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상 KIEP 북미유럽팀장 “미국 금리 인하 6월쯤, 트럼프 집권시 IRA 폐기 가능성도 대비해야”

반기웅 기자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이 16일 세종국책연구단지 대외경제연구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KIEP 제공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이 16일 세종국책연구단지 대외경제연구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KIEP 제공

올해 전세계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폴리코노미(Policonomy)’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데, 그 핵심은 역시 정치·경제적으로 파급력이 가장 큰 미국이다. 미국 경제는 강한 긴축을 잘 버텨내며 연착륙 기대가 높아진 반면, 정치 측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대외변수에 민감한 한국경제도 미국의 정치·경제 향방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경제 전문가인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북미유럽팀장은 지난 1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이 예상을 뛰어넘는 접전이 이어지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선거 결과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과 협력 업체 등 관련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첫 금리인하는 오는 6월쯤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대선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 10개월이 좀 넘게 남았는데, 한국이 우려할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 재집권에 성공한 경우다.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했던 주요 정책들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이 큰 업적으로 생각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부터 손을 댈 것으로 본다. 트럼프는 첫 대선 당시에도 기후변화 이슈는 조작됐다고 주장했었고, 이번 대선 준비 과정에서도 백악관에 다시 들어가면 취임 첫날 IRA부터 폐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이 16일 세종국책연구단지 대외경제연구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KIEP 제공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이 16일 세종국책연구단지 대외경제연구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KIEP 제공

-현실적으로 IRA 폐기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아시다시피 대통령이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미국에서 특정 법안을 폐기하거나 큰 폭으로 수정하려면 상·하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올해는 미국 대선 뿐아니라 의회 선거도 같이 치러지기 때문에 의회 선거 결과도 주의깊게 볼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고 공화당이 양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한다면 트럼프의 공언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IRA가 폐기된다면 우리 배터리 업체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한 배터리 3사가 1차 피해를 입을 것이고 그 다음으로 배터리 3사와 동반으로 미국 진출을 한 업체들, 이어서 국내에서 납품을 하고 있는 2·3차 협력업체들이 순차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연관 산업들도 줄줄이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는 전혀 없을까.

“한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트럼프 집권 시기에 무역 적자를 앞세워 관련 이슈를 많이 부각했었다. 대중국 무역적자가 크니까 40% 관세 매기고, 멕시코에는 35%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한·미자유무역협정(FTA)가 미국에 불리하다고 주장해서 재협상했고 타결했었다. 트럼프 정부에서 이뤄진 재협상이고, 트럼프 스스로 큰 업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다시 문제삼을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본다. 어떻게 보면 한·미 FTA가 다시 문제로 불거질 측면은 없다는 면에서 큰 산을 하나 넘었다고 볼 수 있겠다.”

-바이든이 집권에 성공한다면 한국의 전략은 큰 변화가 없나.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성은 높다. 바이든 정부와 쌓아온 대화 채널을 이용해서 IRA나 반도체법(Chip and Science Act)와 관련한 한국의 우려 사항들을 계속해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간 예외 적용을 받았던 경험이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바이든이 집권한다면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대미 통상 전략을 짜야한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이 16일 세종국책연구단지 대외경제연구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창준 기자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이 16일 세종국책연구단지 대외경제연구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창준 기자

-올해 미국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미국의 고용시장 둔화 추세를 감안해보면 연준이 올해 중반, 6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인하폭은 고용시장의 둔화 추세에 맞춰서 판단을 하게 될텐데 지금 상황 차제는 고용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때문에 금리 인하 폭은 0.25%포인트 수준으로 향후 단계적으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 물가가 다시 반등할 우려는 없을까.

“그동안 미국 고용시장이 상당히 타이트하게 유지돼왔다. 그 사이 상당 부분 임금 인상이 이뤄졌고, 임금 인상분이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에 반영되면서 인플레이션도 상당 기간 지속됐다. 다만 연준이 2022년부터 기준금리를 11차례 인상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상당 부분 잡혔다. 최근에는 고용 시장이 조금씩 냉각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 올해 인플레이션은 상당히 완화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올해 미국 경제는 예상대로 연착륙에 성공할수 있다고 보는가.

“KIEP에서는 올해 미국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이나 다른 기관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단 경기 침체라고 한다면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상당 기간 악화 흐름이 계속돼야 한다. 지금은 고용시장이 전보다는 둔화하고 있지만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또 경기 침체를 판단하는데 확실한 시그널은 장단기 금리 역전인데 장단기 금리 차이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경기 침체 확률도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급박하게 단행하지 않는 한 경기 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북미유럽팀장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 알바니 캠퍼스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부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는 미국 경제 전문가다. 주요 연구분야로는 북미경제, 산업조직론, 응용미시경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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