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아진 ‘장벽’ 들고 오는 트럼프, 리스크 커지는 한국 경제

이윤주 기자

반세계화·반중국·반환경 기조
관세 인상·최혜국 대우 박탈…
미국 우선주의 강화 정책 공약

관세율 높은 한국에 부담 확대
국내 전기차 기업 ‘보조금’ 불안
중간재 대중 수출에 부정 영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정말 백악관에 돌아오는 것일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열릴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 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데다, 트럼프 특유의 즉흥적 정책들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기조는 ‘반세계화, 반중국, 반친환경’으로 요약될 정도로 색깔이 강하다. 일부는 글로벌 컨센서스(동의)와의 간극이 크다.

만약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한다면 전 세계 경제질서 역시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여 한국도 직간접 영향이 불가피하다. 정책 방향을 미리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반세계화, 관세율 폭등 공포

13일 트럼프 캠프의 정책 모음집에 해당하는 ‘어젠다 47’과 한국무역협회 등의 자료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하고 있는 정책 중 가장 큰 변화는 통상정책의 변화다. 핵심은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다른 국가들에 관세 장벽을 높이는 것으로, 대폭적인 관세율 인상이 예상된다.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편적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보편적 관세란 기존의 관세와 무관하게 미국과 교역하는 모든 국가의 모든 상품에 대해 기존 관세율에 일괄적으로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을 통해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고 일자리의 해외 유출을 막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트럼프 상호무역법’ 제정 방침도 밝힌 상태다. 미국과 교역하는 상대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에 상응하는 관세율을 상대국 수입 상품에 부과하는 법안이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중국의 대미 수입에 대한 평균 관세는 미국의 대중국 평균 관세에 비해 341%가 높고, 유럽연합(EU)의 경우는 50%가 높다”고 언급했다.

미국산 상품이 상대적으로 고율의 과세를 부과받고 있어, 미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 캠프의 판단이다. 미 공화당 분석을 보면 미국과 132개 무역 파트너를 기준으로 미국이 상대국 수준으로 관세율을 높일 경우 연간 무역적자가 63억6000만달러(10.2%)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자리도 35만~38만개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주요 타깃은 또다시 ‘중국’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가장 눈엣가시로 꼽고 있는 상대는 역시 중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중국이 높은 관세, 환율 조작, 덤핑, 위조,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통해 미국 경제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중국의 ‘최혜국 대우’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최혜국 대우란 한 나라가 다른 국가에 부여하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상대국에 부여하는 조치를 뜻하는데, 여러 국가가 유리한 조건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자유무역체제가 확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미국은 중국에 이 같은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대중국 수입 관세는 평균 40%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으로 ‘값싼 중국 수입품’이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더 나아가 트럼프 캠프는 대중국 관세율을 일률적으로 60%, 그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방송된 폭스뉴스 프로그램 ‘선데이모닝 퓨처스’와 인터뷰하면서 대중국 60% 관세에 대해 질문하자 “아니다. 아마도 그 이상일 수 있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 화석연료·원전 비중 확대

트럼프 캠프가 조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180도 뒤집겠다고 밝힌 대표 분야가 바로 에너지 부문이다. 친환경 정책이 대부분 폐기되고 화석연료 비중이 다시 높아질 것이 유력하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에너지 비용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이에 따라 모든 분야의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 트럼프 캠프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미루고, 값싼 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파리 기후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공약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화석연료 생산에 가해지는 제한을 모두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연방정부가 소유한 토지에서 석유·가스 시추 허가를 완화하고, 화석연류 생산업체에 세금 감면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기존 핵발전소 가동을 지속하고, 소형모듈형 원자로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 한국도 충격 불가피

미국의 정책 기조 변화, 미·중 갈등 심화는 한국 경제에 모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한국 수출 비중 1, 2위 국가에 해당한다. 이정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 우선주의 및 고립주의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안보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세계무역협회(WTO) 집계를 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단순 평균 관세율은 3.3% 정도인 반면, 농산물 수입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한국의 단순 평균 관세는 13.4%로 훨씬 높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비해 높은 관세율을 보이는 대부분의 국가는 상호무역법의 적용을 받게 될 경우 대폭적인 관세 인상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한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북미 시장에 전기차, 배터리 투자 등을 대폭 늘린 상태다. IRA 역시 바이든 정부가 취한 자국 우선주의 법안에 해당하지만, 친환경 에너지에 반감이 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어 IRA 폐지 혹은 보조금 축소 방침을 밝혔다. IRA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현재 미국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보조금 혜택이 불안해질 수 있다.

또 미국이 중국 견제를 노골화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충격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는 한국과 같이 중간재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국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 이외 국가로의 제조 기지 이전을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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