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올트먼, 오픈AI 둘러싸고 소송전

김상범 기자

머스크 ‘AI 오픈소스 공개’ 제소
“MS 자회사 전락…독점권한 안 돼”

AI ‘파멸론·개발론’ 논쟁의 연장선
‘GPT-4’ 인간 수준 도달 여부 쟁점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자회사로 전락했다.” vs “회사 떠난 뒤 후회돼서 저런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샘 올트먼 CEO를 향해 “설립 취지를 어기고 사익을 추구했다”며 제소했다.

머스크와 올트먼, 두 빅테크 거물의 법정 다툼 이면에는 AI 기술의 방향성을 둘러싼 실리콘밸리의 뿌리 깊은 견해차가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오픈AI와 올트먼 CEO가 AI 기술을 ‘오픈소스(개방형)’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전날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제기했다.

소장에서 머스크는 “(오픈소스를 지향했던) 오픈AI가 ‘폐쇄형 소스’로, 가장 큰 기술기업인 MS의 사실상 자회사로 변모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줄곧 “더 이상 AI 기술을 공개하는 오픈 AI가 아닌 닫힌 AI가 됐다”고 비판해 왔다.

머스크 역시 오픈AI 창립멤버다. 그는 2015년 올트먼 등과 함께 오픈AI를 세웠다. 당시 목표는 ‘인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안전한 인공일반지능(AGI)을 만드는 것’이었다. AGI는 인간과 유사한 지능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AI를 뜻한다.

머스크는 오픈AI의 영리 자회사 설립 등을 놓고 이견을 빚자 2018년 사임했다. 머스크는 인류의 한계를 넘어선 AGI가 “핵무기보다 위험하다”며 사익 추구를 멀리하고 최대한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올트먼은 AGI의 위험은 충분히 통제할 수 있으며, 인류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본다.

AI를 둘러싼 실리콘밸리의 유서 깊은 ‘두머(doomer·파멸론자)’ 대 ‘부머(boomer·개발론자)’ 논쟁은 지난해 말 오픈AI 이사회의 올트먼 해고 사태를 낳은 발화점이 되기도 했다.

일단 오픈AI가 AGI 수준에 도달했는지 여부가 이번 소송의 최대 관건이다. 머스크는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 ‘GPT-4’가 사실상 AGI 수준을 달성했다고 본다.

오픈AI 이사회가 창립 당시 “AGI로 간주되는 제품은 상용화하지 않는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MS에 사용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오픈AI의 최대 투자자인 MS는 AI 모델에 독점적인 접근권을 갖고 있다.

반면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AGI는 해묵은 과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스스로 고안할 수 있을 만큼 고도로 자율적인 시스템을 의미한다”며 “GPT-4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올트먼 CEO도 “(소송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CSO는 “(머스크의 소송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는 일론이 이 회사에 관여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에서 비롯됐다고 믿는다”고도 말했다. 오픈AI가 성과를 내놓기도 전 성급히 하차한 데 따른 후회와 질투심 때문에 머스크가 싸움을 걸었다는 뜻이다.

머스크의 소송이 인간처럼 생각하는 AGI의 위험성과 이를 독점할 자격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머스크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에 대항하겠다며 지난해 7월 자신의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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