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대출, 연장·유예보다 ‘정부 재정으로 채무조정’ 필요”

유희곤 기자

코로나 방역 조치 따라 영업시간 제한, 단기적 소득 회복 전망 낮아

전문가 “정부가 채권 매입, 이자 면제·원금 차감해주는 방안 필요”

윤 당선인 약속한 ‘소액 채무 90%까지 감면’ 등 이행될지도 주목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금융권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6개월 추가 연장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조치의 네 번째 연장이다. 올 1월까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된 대출원리금은 총 291조원(116만5000건), 잔액 기준으로는 133조4000억원(70만4000건)이다. 여전히 코로나19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은 필요하지만, 채무상환만 계속해서 연장해주는 것도 한계가 분명한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재정을 통한 보다 적극적인 채무조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 자영업대출 ‘뇌관’ 되나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급증한 자영업 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에 14.2%, 4분기에 13.2%를 각각 기록했다. 1분기 만에 1%포인트 감소하긴 했지만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이 9.9%에서 7.6%로 2.3%포인트 낮아진 것을 고려하면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소득이 이전 수준을 회복해 당장 빚을 갚을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소상공인시장경기동향(매출) 지수는 지난해 4분기 55.3을 기록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의 69.5,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의 81.4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한은은 필수지출과 대출원리금상환액이 소득보다 많은 적자 자영업 가구 규모를 78만가구로 추정했다. 이들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177조원(전체 자영업가구 금융부채의 36.2% 기준) 수준이다. 이들 적자 가구 중에서 적자를 감내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미만인 ‘유동성 위험가구’는 27만가구로 추정된다. 이들 가구의 금융부채 규모는 72조원 수준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중기·소상공인 대출 상환 기일을 계속 연장해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은행도 부실 대출 규모가 늘어날수록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차주는 채무 상환이 불가능해지면 결국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제도나 법원의 개인회생절차 등을 거칠 수밖에 없다.

■ 정부가 직접 ‘채권 매입’ 넓혀야

이 때문에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을 정부 재정으로 일부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상공인의 경우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영업시간 등을 제한해온 만큼 금융사가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한 채권을 정부가 사들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소상공인에게 제공한 정책자금 융자 채권을 정부가 매입해 관리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36조4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긴급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을 지원했다. 이 중 원금 상환이 끝나지 않았고 재무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나 사업 전망은 긍정적이어서 채무조정만 하면 자체적으로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들의 채권을 매입한 후 이자를 면제해주고,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차주는 임대료와 고정비용을 대출 원금에서 차감해주는 방법이다. 이를 제외한 남은 원리금은 차주에 따라 상환시기를 정할 수 있도록 만기구조를 신축적으로 설계하는 방식 등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중소기업처의 근로자 급여보호 프로그램(PPP)을 국내에 차용하는 안이라고 볼 수 있다. 정책금융기관의 대출 당시에 하지 못했던 조치를 사후적으로 시행하자는 것이다. PPP는 코로나19로 영업에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의 고정비 중 일부를 지원하기 위해 미 중기처가 은행 등의 중기·사업자 대출을 100% 보증하는 방식이다.

PPP를 통해 2020년 종업원 500명 이하 중소기업이 1000만달러 또는 월평균 급여지급액의 2.5배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대출금의 75%를 급여에 사용하면 채무상환이 면제됐다. 그해 대출 5212억달러(520만건)가 승인돼 2794억달러(330만건)의 상환이 면제됐다. 미 정부는 PPP 대출의 위험가중자산 가중치를 0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 금융사의 자기자본 부담을 덜 수 있게 했다. PPP 대출채권을 담보로 연방준비은행에서 연 0.35%의 이자율이 적용되는 대출 프로그램(PPPLF)도 이용할 수 있어 유동성 부담도 완화했다.

두 번째 방안은 현재도 실시하고 있는 부실채권 매입 및 정리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구조플랜’을 공약한 바 있다. 소액 채무의 원금 감면폭을 현재의 70%에서 90%로 확대하고 상황이 악화하면 자영업자의 부실(우려) 채무를 일괄적으로 매입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재원으로 계획된 최대 2조원의 채권 매입 사업 규모를 5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2월 이후 연체가 발생했고 정책금융기관 및 민간 금융사가 보유한 일정금액 이하 무담보채권을 매입대상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연체의 주된 요인이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외부요인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시혜적 관점이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태도 대신 사회적 위험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채무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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