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잔치 끝났다 ‘더 잔혹한 겨울이 온다’

박은하 기자

인플레 타격에 가치 급락해
‘세계 최대’ 코인베이스 감원
블록파이도 구조조정 발표

‘큰손’과 ‘영끌 투자’ 취약층
자산 보유 ‘양극화’ 두드러져
저소득층 더 큰 타격 불가피

“가상통화의 겨울이 오고 있다.”

가상통화 업체들의 구조조정이나 사업 축소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글로벌은 14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이번달 안에 전체 인력의 18%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코인베이스의 정규직은 5000명으로 약 1100명을 감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e메일에서 “우리는 너무 빨리 성장했다”면서 “경기침체는 가상통화의 겨울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겨울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가상통화 대출업체 셀시우스 네트워크가 지난 13일 가상통화 송금과 대출을 동결한다고 발표하자 가상통화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14% 폭락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때 1조5000억달러를 넘었던 전 세계 가상통화 가치는 최근 1년5개월 만에 1조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업계는 한 달 전만 해도 가상통화 성장세에 낙관적이었다. 코인베이스는 “부진은 일시적”이라며 “거래를 넘어 차세대 가상통화를 개발하고 있다”고 주주들에게 알렸다. 2013년과 2017년에도 가상통화 가격은 중국과 인도 등의 규제 방침에 따라 일시적으로 폭락했지만 회복돼 더 높은 가격을 찍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상통화 시장에 악재들이 잇따르면서 이 같은 믿음이 약화되고 있다. 테라폼랩스가 개발한 ‘차세대 가상통화’의 대표주자 테라와 루나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오히려 가상통화 시스템의 근본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통화 옹호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가상통화가 위험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계속되자 가상통화 가격도 함께 폭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출신인 리 라이너스 듀크대 로스쿨 교수는 “우리는 수많은 가상통화 관련 사업과 플랫폼들이 지속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기반 위에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있다”며 “잔치는 끝났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가상통화의 겨울’은 특히 빚내서 투자한 젊은 투자자들이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한 저소득층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가상통화 투자자의 44%가 비백인이고 55%는 대학 학위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 평균 연령은 38세이며 응답자의 3분의 1의 연간 가계소득이 6만달러(7700만원) 이하였다. 예금, 주식 등에 비해 금융 소외계층의 투자가 두드러진 것이다.

가상통화 시장은 소수자나 노동계층에게 더 많은 투자기회를 열어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이전에 제외되었던 그룹들에게 주택 소유 혜택을 개방하는 방법으로 환영받던 때를 기억한다”며 “‘펀더멘털’과 무관한 가상통화의 엄청난 가격 변동성은 이득만큼이나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가상통화, 잔치 끝났다 ‘더 잔혹한 겨울이 온다’

가상통화 투자자들이 ‘큰손’과 저소득층으로 양극화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11월 벨기에, 독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6개국 가상통화 투자자를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40%에 해당하는 5·4분위와 하위 20%인 1분위에서 가상통화를 자산으로 보유하는 비율이 높았다. ECB는 “금융에 대한 이해력이 높은 최상위 집단과 최하위 집단에서 가상통화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전했다. ECB는 최근 몇년간 가상통화 담보 대출로 집이나 차를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 실물경제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안정성이 흔들리기 쉬운 구조이며 이 경우 취약계층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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