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처럼 “수수료 내라” 요구에
카드사들 “인증료가 사실상 수수료”
인증비용 없는 애플페이는 ‘수수료만’
국내 간편결제 1위 사업자인 삼성페이가 카드업계에 결제 수수료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카드사들이 매년 약 50억원의 인증료를 이미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업계는 사실상의 결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에 맞춰 8년 만에 수수료를 요구하려고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삼성페이가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수수료를 받지 않는 만큼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삼성전자와 2015년 8월11일 ‘삼성페이-앱카드 서비스 운영 협약’을 맺은 6개 카드사(신한·KB·삼성·현대·롯데·농협)는 소비자가 삼성페이에 등록한 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인증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증비용은 건당 금액은 3원이고 각 카드사별로 한 달에 약 7000만원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추정 비용은 약 50억원이다. 인증료는 각 카드사의 인증솔루션 업체에 지불한다.
이때문에 삼성전자와 6개 카드사간 맺은 계약서에도 “삼성전자와 카드사가 삼성페이-앱카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제휴 범위는 삼성페이를 통한 앱카드 서비스 제공”이라는 문구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페이 수수료까지 받으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아이폰이나 아이워치 등이 직접 결제 인증을 하는 애플페이는 이같은 인증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애플페이를 출시한 77개국에서 수수료만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출시한 25개 국가 대부분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다만 독일, 바레인,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등 일부 국가는 결제수수료를 받는데 이들 국가는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부터 수수료를 받았다.
삼성페이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9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마스터카드에 따르면 세계 시장 점유율은 3%에 그치고 있다. 애플페이가 82%이고 구글페이가 15%이다.
삼성전자가 카드사 앱카드를 활용해 삼성페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만큼 수수료 부과가 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삼성전자와 카드사의 기존 계약에는 “삼성전자가 본계약기간 동안 앱카드를 삼성페이에 탑재하면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양측의 역할은 2015년 이후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8월에 계약이 끝나는 6개 카드사를 포함한 모든 카드사에 기존 계약을 자동으로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최근 국내에 들어온 애플페이처럼 카드사에 건당 0.15%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인증료에 수수료까지 부담할 경우 비용 일부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정 카드사(현대카드)가 특정 페이(애플페이)를 제공하는 등 시장 환경이 바뀌어서 (계약 내용을 바꾸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협의는 필요해 기존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라면서 “수수료 부과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카드사에서 인증 수수료를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