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파문 국내 원전 비상에도 규제 맡은 기술원장 ‘해외 출장’

박철응 기자

원전 부품 시험기관의 시험성적서 조작으로 국내 원전에 비상이 걸렸지만 정작 원전 안전 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의 수장은 해외 출장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6일 박윤원 원장이 지난 2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원자력규제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2011년 말부터 이 위원회의 의장단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원자력 안전 규제에 대한 국가적인 협의와 보고서 발표 등이 이번 출장의 목적이다. 기술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원전 안전 조사를 수행하는 핵심 기관이다. 지난달 28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원전 1~4호기와 신월성 1·2호기의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을 발표한 이후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비리의 사슬 구조를 원천적으로 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핵심 조사 기관의 장이 자리를 비운 것이다.

박 원장과 달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 중에 원전 사태가 터지자 일정을 접고 곧바로 귀국했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원전 안전성 조사를 이끌면서 고리 원전 주변 주민들을 찾아가 간담회를 하고 있다. 박 원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윤 장관, 이 위원장과 함께 박 원장을 불러 “작년부터 발생한 원전 부품 납품 비리와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에 이어 또다시 위조 사건이 발생해 전력 문제로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며 질책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정 총리의 지적이 있은 나흘 후 출국했다.

기술원 내부에서도 모든 직원들이 원전 조사에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원장이 자리를 비운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박 원장이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의 고위직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기술원 관계자는 “국내 원전 상황이 심각해 박 원장이 참석 여부를 고민했으나 이은철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참석하기로 했다”면서 “지난해 12월 열린 원자력기구 회의에 박 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그러면 국제사회에서 이번 원전 시험성적서 조작 사태의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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