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마피아’가 국가 에너지 정책도 좌지우지

송진식·유희곤 기자

관련 부처·연구기관 등 점령… 대체 에너지 개발은 ‘헛바퀴’

국내 원자력정책을 주도해온 ‘원전 마피아’들이 국가 전체의 에너지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마피아들이 에너지정책을 주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등 원전을 대신할 대체에너지 개발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정부의 주요 에너지기술 투자와 연구개발, 진흥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들은 원전 마피아의 핵심세력으로 지목되고 있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 선후배들이 차지하고 있다.

태양에너지, 수소연료에너지 등 국가의 신에너지 개발의 중추역할을 하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75학번인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2010년부터 원장직을 맡고 있다. 전임은 연구원 기획부장 등을 거친 한양대 요업공학과 출신의 한문희 원장이 맡았지만 신에너지기술과는 거리가 먼 원전 전문가가 새 원장이 된 셈이다.

국가 에너지 연구개발 사업의 기획·평가 및 관리, 진흥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자리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74학번인 안남성 전 미국 전력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맡고 있다. 안 원장 역시 서울대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원자력공학 석사, MIT에서 원자력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원전 전문가다.

국가의 에너지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총괄하는 자리인 산업통상자원부 전략기획단의 에너지 MD 자리에는 최근까지 박상덕 전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장(1976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졸업)이 맡았다. 박 전 원장은 한국 최초 원전인 고리 발전소에서 노심관리 등 핵심업무를 담당했으며, 원전기술 수출의 토대를 쌓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국가 에너지정책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국책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원장직은 서울대 농업경제학과 출신의 김진우 원장이 맡고 있다. 김 원장은 농경제학이 전공이지만 평소 “원전만큼 경제성 높고 안전한 에너지원은 없다”고 주장해온 대표적인 ‘친원전론자’로 꼽힌다.

한 학계 관계자는 “에너지정책 관련 요직이 업무 관련 전문성이나 비전과 관계없이 특정 분야 전문가와 학연, 인맥을 통해 채워지고 있는 게 국내의 현실”이라며 “원전 마피아들이 득세하고 있는 한 원전을 대체할 새 에너지 개발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불타는 해리포터 성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