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시작은 늦었지만 목표치 초과달성

남지원 기자

‘전환 선언 3년’ 성과와 과제

후발 주자지만 ‘핵심적 국가’ 평가…현재로는 전력 수급도 안정적

태양광·풍력 발전의 입지 갈등·원전 해체산업 육성 등 해결 과제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공동목장에 들어서 있는 풍력·태양광발전단지 전경.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사진 크게보기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공동목장에 들어서 있는 풍력·태양광발전단지 전경.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낮은 가격과 효율성을 추구했습니다. 개발도상국가 시기에 선택한 에너지 정책이었습니다. 국가 경제수준이 달라졌고,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졌습니다. 이제는 바꿀 때가 됐습니다.” 2017년 6월19일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말하며 “깨끗하고 안전한 미래에너지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의존도를 줄이고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나가겠다는 국가 단위의 첫 선언이었다.

이 선언 3년 만에 한국은 아직 부족하지만 전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트렌드를 어느 정도 따라잡는 성과를 거뒀다. 설비 보급이 늘어나며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치를 매년 초과달성해왔고, 초대형 태양광·풍력 프로젝트도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던 미세먼지가 25% 줄었고, 원전도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 한국, 글로벌 에너지전환 핵심국가

지난 3년의 가장 큰 성과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량이 양적으로 크게 늘어나 후발주자인 한국이 전 세계 에너지전환 트렌드를 뒤늦게나마 따라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000년 16%에서 2017년 25%로 이미 오래전부터 급격히 커진 상태다. 2017년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투자 중 66.7%가 재생에너지다. 한국은 에너지전환 선언 이후에야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구체적으로 마련해 추진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17년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2018년 내놓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30년까지 20%, 2040년까지 30~35%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주요 선진국들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치를 50% 이상으로 잡고 있는 상황에서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연간 목표치 자체는 차근차근 달성해나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2년간 신규 설치된 재생에너지 설비는 7.1GW로, 2017년까지 설치된 누적설비 15.1GW의 절반에 달하고 연도별 목표치도 초과달성했다. 총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은 2016년 7.2%에서 2018년 8.9%로 늘었다. 새만금 세계 최대규모 수상태양광사업(2.1GW), 신안 해상풍력발전단지(8.2GW) 등 대규모 국책사업도 추진 중이다.

국제신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지난해 10월 세계재생에너지총회에서 한국을 ‘글로벌 에너지전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에너지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그린 뉴딜 정책이 구체화되면 앞으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고용과 투자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새로 짓지는 않되 수명이 다하면 문을 닫는 방식의 ‘점진적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2017년 고리 1호기에 이어 지난해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가 확정됐으나, 신고리 4호기가 지난해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등 신규 원전이 2024년까지 차례로 들어선다. 국내 원전은 현재 24기에서 2024년 26기까지 늘었다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 2083년이면 마지막 원전이 폐쇄된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범인 석탄발전소는 그동안 노후한 10기의 조기폐쇄가 확정됐고, 이 중 4기의 폐쇄가 완료됐다. 정부는 앞으로도 노후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폐쇄해 석탄발전소 수를 현재 56기에서 2034년까지 37기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폐쇄와 겨울철·봄철 발전소 출력제한 등의 영향으로 2018년 석탄발전소가 배출한 미세먼지는 2016년보다 25% 줄었다.

그동안 기저발전 역할을 해 왔던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릴 경우 전력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컸지만, 지금까지는 전력수급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2011년 9월 순환정전 사태 이후 발전설비 총량이 크게 늘어난 상태기 때문이다. 111년 만의 폭염이 찾아왔던 2018년 여름에도 전력수요가 가장 많았던 날의 예비전력은 709만㎾로 정상 수준을 유지했다.

■ 태양광·풍력 갈등, 원전 미래는 ‘숙제’

재생에너지 설비가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대규모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원전이나 석탄발전소와 달리 태양광·풍력은 비교적 소규모 설비를 활용해 분산형으로 발전하는 것이 특징이라 곳곳에서 조망권 침해와 환경파괴, 재산권 침해 등의 갈등이 불거진다. 전국 신재생에너지 관련 민원은 2015년 146건에서 2018년 595건으로 급증했다. 산림에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시설 때문에 산사태가 발생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잇따르는 등 안전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산지 태양광 입지규제를 강화하고 ESS 안전강화 대책을 마련하는 등 안전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그동안 국내 원전 건설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원전산업 생태계가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어려움에 처한 것도 숙제다. 정부는 원전 해체산업을 집중 육성해 산업계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의 약 68%가 향후 10년 안에 영구정지될 예정이어서 2030년 이후 해체시장이 급성장할 거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정부는 원전 해체 전문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원전 해체산업 육성전략’을 지난해 4월 내놨다. 정부 관계자는 “늦었지만 뒤처지지 않도록 에너지전환을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며 “불가피한 일부 어려움도 잘 살펴서 국민들의 걱정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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