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가 고래 삼키는 이변 없었다···에디슨모터스, 쌍용차 인수 무산

고영득 기자

에디슨모터스, 기한 내 인수대금 미납

재무적 투자자 유치…자금 마련 계획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쌍용차 제공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쌍용차 제공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끝내 무산됐다. 18년 만에 국내 기업 품에 안길 뻔했던 쌍용차는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쌍용차는 28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의 인수·합병(M&A) 투자계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에디슨모터스 측이 기한 내에 인수대금을 내지 않아 투자계약서에 따라 계약이 자동 파기된 것이다.

에디슨모터스는 회생계획안을 심리하는 관계인 집회 개최일 5영업일 전인 지난 25일까지 인수대금을 완납해야 했다. 그러나 에디슨모터스는 계약금 305억원을 제외한 잔금 2743억원을 납입하지 않았다. 에디슨모터스는 관계인 집회일을 5월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에디슨모터스는 ‘계약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는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해당 사모펀드가 투자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채권 약 5470억원의 1.75%만 현금으로 변제하고 나머지 98.25%는 출자 전환한다는 회생계획안을 두고서도 시끄러웠다. 상거래 채권단은 인수자를 다시 선정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쌍용차 노조도 자금 조달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며 인수 반대 의견서를 냈다.

자동차 업계에선 에디슨모터스가 충분한 자기 자본 없이 외부 자금으로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가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버스를 주로 생산하는 에디슨모터스의 2020년 기준 매출은 약 897억원이다. 같은 해 쌍용차의 매출은 2조9297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자금력 등을 의심받은 터라 계약 무산은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해 운영자금을 마련하겠다(관련기사 바로가기)고 밝힌 점도 불신을 키운 요인이 됐다.

새우가 고래 삼키는 이변 없었다···에디슨모터스, 쌍용차 인수 무산

쌍용차가 M&A를 재추진하더라도 새로운 주인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해에도 자금력을 앞세운 SM(삼라마이다스)그룹이 ‘깜짝 등판’해 쌍용차 매각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막판에 발을 뺐다. 부채 변제 및 운영자금으로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해도 경영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날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전기 중형 SUV) J100을 6월 말 출시할 예정이고 수출 주문이 크게 증가하는 등 재매각 여건이 현저히 개선됐다”며 “경쟁력 있는 인수자를 물색해 최단 시일 내 재매각을 성사시키겠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법정관리 중에 M&A를 추진할 수 있는 기한은 오는 10월15일까지다. 인수자가 나오지 않으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400여개에 달하는 쌍용차 협력사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할 수도 있다. 정부가 산업은행 등을 통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중국 상하이자동차(2004년)와 인도 마힌드라(2010년)에 매각됐다가 또다시 경영난에 빠진 쌍용차를 세금으로 살릴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젠 대규모 일자리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세금을 지원하는 데에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고, 정부가 나서 대기업에 인수를 종용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라며 “쌍용차 자체의 대폭적인 구조조정, 고정비 삭감이 동반되지 않고선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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