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타이어는 닳아서…해바라기씨를 남긴다?!

고영득 기자

‘친환경’ 변신 중인 타이어들

금호타이어의 콘셉트 제품인 e-NIMF 에어리스 타이어

금호타이어의 콘셉트 제품인 e-NIMF 에어리스 타이어

매년 전 세계 10억개 타이어 폐기
유해한 초미세입자 심각성 인식
타이어 업계 ‘마모 줄이기’에서
친환경 재원 교체 ‘근본적 변화’

“과학적 증거들은 초미세 입자들이 사람의 혈관과 폐, 뇌로 쉽게 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영국의 자동차 배출가스 시험 기관 ‘에미션 애널리틱스’가 공개한 보고서 내용이다. 이 기관은 타이어 마모로 발생하는 대기오염 입자가 자동차의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것보다 2000배 많다는 시험 결과를 내놨다.

매년 전 세계에서 폐기되는 타이어는 10억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타이어 업계는 차량 주행 중 타이어로 전달되는 부담을 최소화시켜 타이어 마모를 줄이는 기술들을 선보여왔다. 이젠 전기차가 많이 보급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일반 타이어의 원자재가 석유에서 나오다 보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 감점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자연계 원료 비중을 높이거나 폐타이어 등을 재활용해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타이어에 ‘친환경’을 입히고 있다.

미래 타이어는 닳아서…해바라기씨를 남긴다?!

미쉐린 식물성 재료 46% 제품 등
석유 원료 아닌 해바라기씨 이용
천연 소재 그린타이어 연구 경쟁
금호타이어도 “연내 제품 양산”

■ 해바라기씨·쌀겨로 만든다

400㎏이 넘는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타이어는 큰 무게를 지탱하면서도 잘 달려야 하고 덜 마모돼야 한다. 무엇보다 차량 본체에 어울리게끔 환경과 친해야 한다. 친환경 타이어는 천연 소재를 사용해 환경오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그린 타이어’가 주로 꼽힌다. ‘100% 친환경’ 타이어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제조업체들은 단계적으로 석유화학 원료를 줄이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해바라기씨 기름을 활용한 제품 테스트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해바라기씨 기름 연구는 2016년 시작해 3년간의 성능 평가를 거쳐 현재 생산설비 구축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고, 이르면 올해 안에 제품을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바라기씨 기름을 함유한 고무는 추운 날씨에도 재질이 쉽게 변하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금호타이어는 해바라기씨뿐만 아니라 콩, 캐슈넛, 카놀라 기름 등을 활용한 제품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타이어의 회전 저항을 획기적으로 낮춰준 고무 보강재는 유리와 모래의 주성분인 실리카다.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카본블랙보다 물 흡착력이 뛰어나 사고를 유발하는 수막 현상을 줄여준다. 금호타이어는 2017년부터 해외 업체와 함께 쌀겨에서 실리카 성분을 추출하는 기술을 연구해왔다. 그 결과 기존의 실리카와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는 원료 개발을 완료했다고 한다.

쌀겨 기반의 실리카를 기존 실리카와 비교해 보면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차이가 난다. 기존 실리카는 모래를 고온 열처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하지만 쌀겨 실리카의 경우 쌀겨를 태워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쌀겨의 재는 천연 상태의 실리카를 함유한다.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1t의 쌀에서 0.2t의 쌀겨가 생기고 0.03t(30㎏)의 실리카를 생산할 수 있다.

1999년 국내에서 최초로 환경마크 인증을 받은 금호타이어는 2002년부터 친환경 제품 연구·개발에 착수했고 8개 제품이 북유럽 환경라벨(Nordic Ecolabel)을 획득했다. 금호타이어는 2045년까지 지속 가능한 원자재를 100% 사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타이어를 재활용재 40%, 자연계 소재 60%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목표 시점은 국내외 주요 타이어 업체들보다 5년 앞선다.

금호타이어 용인연구소에서 신형 타이어 개발을 위한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해바라기씨 기름을 활용한 친환경 타이어 양산을 앞두고 있다. 금호타이어 제공

금호타이어 용인연구소에서 신형 타이어 개발을 위한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해바라기씨 기름을 활용한 친환경 타이어 양산을 앞두고 있다. 금호타이어 제공

■ 페트병·무공기 타이어도 주목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도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에는 ‘지속 가능한 천연고무를 위한 글로벌 플랫폼(GPSNR)’에 가입했다. 한국타이어는 지속 가능한 원료 비율을 2025년 55%, 2050년엔 100% 수준을 달성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2020년 GPSNR에 가입한 넥센타이어 역시 재활용 재료를 적용한 타이어, 식물성 폐기물을 활용한 실리카를 개발 중이다.

친환경 타이어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는 프랑스 미쉐린이다. 미쉐린은 지난해 6월 오렌지·레몬 껍질, 해바라기씨 기름, 소나무 수지 등 식물성 재료를 타이어 원료의 절반에 가까운 46%까지 이용해 만든 시제품을 선보였다. 또 카본블랙을 폐타이어에서 뽑아내 지속 가능한 원료 비율을 높였다. 미쉐린의 친환경 타이어는 내구성이 생명인 모터스포츠용으로도 제작됐다.

독일 콘티넨탈은 지난달 타이어 업계 최초로 페트(PET)병에서 추출한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콘티넨탈도 2050년까지 모든 타이어를 지속 가능한 원료로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기를 주입할 필요가 없고 타이어 폐기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에어리스 타이어’도 전기차 바람을 타며 주목받고 있다. 미쉐린은 이르면 3년 안에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에 에어리스 타이어를 장착할 것이라고 밝혔고, 국내 타이어 3사도 공기 없는 타이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브리지는 친환경 타이어 시장 규모가 2027년까지 연평균 16.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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