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수출액 역대 최고에도…4개월 연속 ‘무역적자’

박상영 기자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너지 수입 의존도 높아 한동안 지속될 듯”

7월 수출액 역대 최고에도…4개월 연속 ‘무역적자’

지난달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4개월 연속 이어졌다. 넉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나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늘어난 60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수출 규모만 놓고 보면 역대 7월 기준 최고액을 달성했다. 석유제품·자동차·2차전지 등 주요 품목 수출은 월간 기준 역대 최고액을 나타냈다. 반도체 수출 규모도 역대 7월 기준 1위를 기록하며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그러나 수입액이 653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1.8% 늘었다.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이 185억달러로 전년 97억1000만달러 대비 87억9000만달러(90.5%) 증가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반도체 수입이 전년 대비 25.0% 늘어나고 밀(29.1%), 옥수수(47.6%) 등 농산물 수입도 큰 폭으로 늘면서 수입 증가폭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도 46억7000만달러 적자로,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무역수지 넉 달 연속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지난 4월 24억8000만달러, 5월 16억1000만달러, 6월 25억7000만달러 등 20억달러 안팎이던 적자 규모도 7월에는 46억7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산업부는 “최근의 무역적자는 우리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경기 둔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한 수출은 6월(5.2%)에 이어 7월에도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치는 등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부담 키워…정부 “종합 대책 내놓겠다”

특히 중국 수출이 문제다. 대중 수출액은 지난달 132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 대중 수출은 올 들어 4월(-3.4%)과 6월(-0.8%)에도 전년 대비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핵심 원자재 수입은 늘며 대중 무역수지는 1992년 8~10월 이후 30년 만에 석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대중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역 봉쇄 등의 영향과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지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수입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을 20%가량 줄이기로 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로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함께 뛸 가능성이 큰 것도 부담이다.

산유국들이 공급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유 가격도 최근 다시 오름세로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적자가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이 늘어나야 하는데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부진한 모습”이라며 “해외 여건 악화로 수입단가가 떨어질 가능성도 작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무역수지 적자는 개별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를 의미하는 만큼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중 수출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8월 중 수출기업의 활동을 제약해온 규제 개선과 현장의 애로 해소 방안, 주요 업종별 특화지원 등을 망라한 종합 수출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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