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에 낸드 시장도 ‘기지개’···삼성·하이닉스 실적 ‘청신호’

김상범 기자
삼성전자 9세대 V낸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9세대 V낸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반도체 셀을 업계에서 가장 높이 쌓아올린 차세대 낸드플래시 제품을 출시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이미지·영상 등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가 필요해지면서 이를 저장하는 낸드의 몸값도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낸드 불황으로 악화일로를 걸었던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테라비트(Tb)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삼성전자의 현 주력 제품인 8세대 V낸드의 뒤를 잇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소 크기의 셀을 구현해 비트 밀도(단위 면적당 저장되는 비트 수)를 전작 대비 약 1.5배 증가시켰다고 설명했다.

셀을 쌓아올린 높이는 290단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최고 높이다. 8세대 낸드는 236단이다. 낸드는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저장 공간을 확보하는 적층 기술이 핵심이다.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전 세대 대비 33% 향상됐으며 전력 소비량도 10%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에너지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고객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제품은 1년여간 부진했던 낸드 업계의 본격적인 반등을 예고하는 신작으로 평가받는다. 9세대 V낸드는 하나의 셀에 데이터 3비트를 기록할 수 있는 ‘TLC’ 구조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는 4비트를 기록하는 ‘QLC V낸드’를 양산할 예정이다.

사실 낸드는 챗GPT 등장으로 촉발된 AI 열풍에서 어느 정도 무풍지대였다. AI 연산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고대역폭메모리(HBM) 등과 달리, 낸드는 데이터를 단순히 저장만 하기에 인기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AI 모델 훈련 방식이 텍스트에서 영상·음성 등 비정형 데이터로 바뀌면서 추론용 AI 서버의 저장 용량이 중요해졌다.

AI 붐에 낸드 시장도 ‘기지개’···삼성·하이닉스 실적 ‘청신호’

낸드를 조립해 만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는 급증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날 “에너지 효율성이 AI 추론 서버의 핵심 우선순위가 되면서 북미 고객들의 스토리지(저장장치)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는 QLC 기업용 SSD 출하량이 전년 대비 4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은 1분기부터 낸드 공장 가동률을 높였으며 삼성전자도 최근 중국 시안공장 가동률을 대폭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도 오르고 있다. 낸드 범용제품(128Gb MLC 기준) 가격은 지난해 9월 3.82달러에서 지난달 4.90달러로 28.2% 상승했다. 일부 공급사는 고객사에 SSD 가격 인상을 통보하는 등 시장이 서서히 ‘공급자 우위’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 양강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글로벌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낸드 시장의 부침은 국내 수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3월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SSD 수출은 7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9.7% 팽창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1분기 낸드 사업의 흑자전환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AI 시대에 대응하는 초고속, 초고용량 SSD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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